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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 OLED’ 원천·핵심기술 경쟁력 갖춰야
관리자 2009.05.06 1012

지금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호령하는 우리나라지만, 불과 15년 전 LCD 사업에 처음 나설 때만 해도 기술력에선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모든 원천기술을 LCD 종주국인 일본이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오로지 ‘양산’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었다. 눈물겨운 노력과 행운이 맞아떨어져 적어도 외형에서는 우리가 전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개가를 이뤄냈다.

하지만 원천기술 확보를 도외시한 탓에 부품·소재·장비 등 핵심 후방산업군은 대일 종속도가 여전히 심각하다.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두고두고 일본에 의존해야 하고, 피땀 흘려 벌어들인 외화의 상당 부분도 내줘야 하는 처지인 것이다.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차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만큼은 LCD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계적으로도 아직은 시장 규모나 기술 수준이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핵심 부품·소재·장비 기술력을 동반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후방산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키울 때 산업군 전반이 강한 체질을 갖출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 AM OLED 산업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을 모색해본다.

지난 2005년 11월 17일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깜짝 놀라게 만든 발표가 나왔다. 삼성이 4600억여원을 투자해 천안 사업장에 세계 최초로 4세대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전용 라인을 구축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AM OLED가 ‘꿈의 디스플레이’로 불린다. 자체 발광하는 유기물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자연색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고 동영상 응답 속도는 LCD에 비해 무려 1000배 이상 높아 완벽한 동영상을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 없어 기존 평판 디스플레이 기술로는 제작할 수 없는 초슬림 제품과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당시나 지금이나 양산 기술수준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다. 유기물질이 수분과 공기에 취약하고 제조 공정이 까다로운 탓에 도저히 수율을 낼 수 없는 것이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AM OLED 양산 투자를 망설이는 기술적인 한계이자, 당시 삼성의 과감한 결단에 주목한 이유다.

이듬해인 2006년 4월 삼성은 ‘양산성공 신화창조’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AM OLED 사업팀을 출범시킨 뒤 불과 4개월 만에 클린룸을 구축하는 기록을 세웠다.

당시 사업팀장이던 유의진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전무는 “세계에서 어느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직원들 모두가 자신감과 의지로 똘똘 뭉친 결과였다”면서 “이를 시작으로 핵심 공정 장비들을 하나씩 완성시켜 가며 양산 성공을 위한 밑거름을 다졌다”고 회상했다. 이어 삼성은 휴대폰 등 중소형 AM OLED 시장에서 확실한 양산 주도권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난 2007년부터 31인치·40인치 등 대형 TV용 AM OLED를 세계 처음 선보이는 개가를 이뤄냈다.

당시 개발팀장이던 김성철 상무는 “설계·제조·장비 등 각 부서에서 모인 인원들이 새로운 제품 하나를 만들 때마다 ‘최종’이라는 이름으로 30번이 넘는 긴 회의를 반복했다”면서 “지금까지 선보인 작품들은 수많은 엔지니어들이 쏟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아직은 시장 초기지만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현재 매출액 기준 전 세계 OLED 시장의 절반이 넘는 점유율로 확실한 패권을 틀어쥔 것도 이런 노력들의 산물이다.

다소 늦긴 했지만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초 LG전자로부터 OLED 사업을 넘겨받은 뒤 본격적인 양산 경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해 미국 이스트먼코닥사와 OLED·TFT 기술 관련 특허공유 계약을 했고, 2010년 양산을 목표로 3.5세대 AM OLED 라인 구축에 1000억원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현재 15인치 TV용 패널 개발을 완료한 데 이어 오는 2011년에는 32인치 TV용 패널도 개발한다는 목표다.

하지만 AM OLED 시장을 향한 국내 패널 업체들의 발 빠른 행보에도 불구하고 속을 들여다보면 자칫 ‘모래 위에 성’을 쌓는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부품·소재·장비 등 핵심 후방산업군의 기술 경쟁력 확보는 도외시한 채 오직 ‘양산 경쟁’에만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모두 양산 라인의 핵심 공정장비인 증착기를 전량 일본 ‘도키’사에 의존하고 있다.

두산메카텍 등 일부 국내 장비 업체가 AM OLED 증착기를 개발해 놓았지만 정작 삼성·LG로부터는 외면당한 반면에 대만 CMEL에는 수출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국내 장비 업체 관계자는 “증착장비는 대면적 AM OLED 양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중의 핵심”이라며 “미래를 준비하려는 삼성·LG의 의지만 있다면 국내 협력사들과 공동 개발을 못할 까닭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핵심 품목인 유기재료 분야에서도 원천기술 확보는 관심 밖이다. 국내 업체들인 LG화학·두산전자·그라쎌 등이 AM OLED용 유기재료를 양산 또는 개발 중이지만 대부분 ‘주변 재료’에 그치는 수준이다. AM OLED 패널의 발광 효율과 수명을 좌우하는 ‘발광(인광)재료’는 미국 UDC사나 독일 노바LED, 일본 이데미쓰 등 해외 업체가 거의 전량 독점한다. AM OLED 패널 업체 관계자는 “제품력을 좌우하는 인광재료 쪽에서 우리도 기술 개발에 관심을 가져야 하지만 지금까지는 양산과 판매에만 치중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눈앞의 실적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CEO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고백했다.

삼성·LG 등 패널 대기업의 노력과 함께 범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에도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쏟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5세대 이상 대면적 AM OLED 양산 기술은 아직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우리나라가 총력을 기울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문대규 순천향대 교수는 “대면적 AM OLED 양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R&D는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너무 비용 부담이 크다”면서 “특히 핵심 공정장비와 재료 분야에서는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책 R&D 과제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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