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에서 기인한 금융 불안은 2008년 9월의 리만브라더스 충격을 계기로 세계 경제의 성장에 급브레이크를 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언제나 상승기조를 유지해 온 성장 기업의 대표 업체인 도요타자동차마저도 2009년의 판매 예상을 하향 수정하고 있는 상태이다. 하물려 FPD(flat panel display) 업계는 이러한 위기적인 상황이 오기 전부터 세계 시장의 둔화를 걱정해 오던 터이다. 따라서 이번 경제위기는 FPD 업계에게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과연 FPD 업계는 이번 경제위기에서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인가. 또한 관련 기업은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일까.
일본에서는 엔고 현상에도 불구하고 연말연시의 연휴를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줄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여행은 국내, 그리고 가깝고 저렴한 곳이 인기가 있다고 한다. 즉, 수입에 대한 기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외출이나 외식을 자제하는 것은 당연하다. 개인의 소비에 의존하는 많은 기업들은 출구가 보이지 않는 빙하기를 견뎌야 하는 국면에 돌입한 것이다. 이처럼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을 때 우리는 집에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낼까. 우선 가족과의 대화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 또한 아무래도 TV를 보는 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오락의 다양화에 따라 소비자의 TV 이탈 현상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는 손쉬운 오락 도구로서 TV를 재인식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시판되고 있는 FPD TV에서 볼 수 있는 고화질, 고음질의 디지털 방송은 소비자의 영상에 대한 의식을 바꿀 정도로 고품질이다. 단순히 영상이나 음악을 시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엔터테인먼트로서 감상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적당할 것이다. 골프 방송의 경우 티샷을 치는 선수의 표정을 현장에 있는 것보다 실감있게 표현한다. 헤드가 공에 맞는 순간의 시선이나 입술의 미묘한 표정까지 적나라할 정도로 방송된다. 오페라 방송 역시 오히려 현장의 최전열에서 보는 것보다 그 박력에 압도될 정도이다. 즉 FPD TV는 안방에 있으면서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현장감을 시청자에게 부여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미 여행이나 외출을 대신하는 오락 기구로서 소비자가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뿐만 아니라, 방송의 디지털화가 세계적인 추세가 되고 있으며 HD 방송 프로그램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FPD TV만 있으면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손쉽게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경기는 후퇴하고 있으나 소비자가 오락을 요구하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이번 경제위기는 LCD TV로 대표되는 FPD 업계에게 있어서 오히려 약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FPD TV에 대한 잠재적인 수요는 매우 크다. 원하지는 않았지만 늘어난 집에 있는 시간에 사람들이 현장감 넘치는 영상을 보기 위해 기존의 CRT TV를 FPD TV로 바꾸기 위해서는, 제품의 가격이 싸지 않으면 안 된다. 1989년 6월 당시 구입한 25인치형 컬러 TV의 구입 영수증을 보니 가격은 10만 2000엔, 세금을 합치면 10만 5000엔이다. 현재 10만 엔이 있다면 32인치형 디지털 LCD TV를 구입할 수 있다. 2008년 연말 세일 시장에서는 풀HD 40인치를 살 수도 있었다. 즉 FPD TV는 이미 충분히 싸진 것이 아닐까.
이러한 불황 속에서 새로운 TV의 구입에 망설이는 소비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소비전력이 작은 FPD TV를 실현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에게 있어서 지출을 줄인다는 것은 저렴한 FPD TV를 사면서 전기요금까지 줄이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1인치에 1W]를 주장하는 저소비전력형 FPD TV야말로 이번 위기를 통해 약진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또한 이러한 경제위기는 업계를 재편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저가격화와 저소비전력화를 요구하는 소비자의 의식이 대화면 지향에서 중화면 지향으로 옮아갈 수도 있다. 이러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패널 업체만이 생존할 수 있는 업계 도태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닛케이마이크로디바이스, 2009년 1월호, p.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