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선전… 대만과 격차 더 벌려 삼성전자ㆍLGD 시장점유율 50% 넘어서
LCD 시장이 극심한 불황기에 빠진 상황에서도 국내 LCD 업체들이 경쟁국인 대만 LCD 업계에 비해 견조한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LCD 시장상황이 호전될 경우 대만 등 경쟁국과의 격차를 활용할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대만 AUO 등 주요 LCD 업체들이 일제히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LCD 업계가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사상 최대의 흑자행진을 이어가던 LCD 업계가 단 1분기만에 최악의 실적이라는 나락으로 떨어진 것이다. 지난해 3분기 대만 CMO와 CPT가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AUO 모두 흑자를 기록했던 업체라는 점에서 시장악화의 상황을 반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삼성전자 LCD총괄은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연계기준으로 3조5500억원(본사 기준 4조21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분기에 비해 5.3% 실적이 감소했다. 또 2300억원(본사 기준 35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LCD 사업실적을 발표한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16일 실적을 발표한 LG디스플레이도 지난해 4분기 LCD 가격이 23% 하락한 영향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4조1556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도 2884억원을 기록해 적자 전환했다.
삼성전자 LCD총괄과 LG디스플레이는 글로벌 기준으로 각각 6.5%와 6.9%의 영업손실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으로 각각 15.8%와 12%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과 확 달라진 성적표다.
이같은 악화된 실적에도 불구하고 시장상황에 비교해 볼 때 선전했다는 평가다. 경쟁국인 대만 LCD 업체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실적을 발표한 세계 3위의 LCD업체 AUO의 경우 지난해 4분기 매출이 전분기에 비해 42.6%나 감소한 597억5000만대만달러(18억 US달러)에 그쳤고 영업손실도 264억6200만대만달러(8억1200만 US달러)를 기록해 영업손실률이 무려 44.3%에 달했다. 지난해 3분기 적자를 기록한 세계 4위의 업체 대만 CMO는 내달 중순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AUO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LCD 업체들이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지만 한국과 대만 업체가 크게 차이를 보인 것은 상대적으로 국내 업체들이 탄탄한 고객기반을 기반으로 충격을 효과적으로 버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12월 LCD 업체들이 가동률이 크게 준 상황에서 대만 업체들의 가동률이 50%를 밑돌았고 이로인해 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한국 업체들의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0인치 이상 대형 LCD패널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매출액 기준으로 각각 26.4%와 20.6%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두 회사의 점유율이 47%에 달한다. 특히 LCD 시황이 최악으로 치닫던 지난해 연말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매출액 기준으로 각각 29.9%와 23.4%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처음으로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선 53.3%를 기록했다.
이같은 격차는 올해 더욱 벌어진 것으로 예상된다. 대만 업체들이 라인 가동 중단 조치 이후 이를 정상화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고 고객 기반이 갈수록 취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LCD업계 한 관계자는 "LCD 업계 전반이 시황악화로 고전하고 있지만 대만 업체들의 충격이 더 큰 것 같다"면서 "국내 LCD 업계가 이를 잘 활용하면 더 큰 기회가 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근형기자 rill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