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이 사상 처음 반도체를 제치고 우리나라 전자 분야 장치산업의 간판 산업으로 떠올랐다. 한 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 규모와 매출 총액, 영업이익은 물론이고 전체 설비 투자 규모에서도 반도체를 앞지르며 국내 최대 장치 산업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비록 현재 급격한 시황 악화에 시달리고 있으나 올해를 기점으로 최대 주력 산업으로 남다른 위상을 차지할 것이라는 평가다.
28일 전자신문이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주력인 LCD와 PDP, 브라운관(CRT)·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포함한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은 올해 전체 수출액·매출액·영업이익·설비투자 등 4대 지표에서 반도체 소자 산업을 뛰어넘을 것으로 파악됐다.
우선 수출 규모에서는 국내 디스플레이 패널 업종은 지난달 누적으로 354억400만달러를 기록했으며 올해 전체로는 374억44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에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 소자 산업은 지난달 누적 312억7000만달러에 그쳤다. 연간 전체로도 324억1500만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총 수출 규모에서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이 반도체보다 15% 이상 더 많은 외화를 벌어들인 셈이다. 지난해 수출액에서 반도체는 390억달러로 353억달러 수준이었던 디스플레이 산업을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새해 수출 전망치도 디스플레이는 올해보다 3.6% 정도 늘어난 387억달러를 달성하는 데 비해 반도체 산업은 약간 감소한 321억달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측됐다.
총 매출액은 LCD 패널 산업만 따져도 반도체를 멀찌감치 앞섰다. 삼성전자 LCD총괄과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연간 예상 매출액은 각각 18조8000억여원과 16조2000억여원으로 둘을 합치면 35조원에 육박한다.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하이닉스의 연간 추정 매출액은 각각 18조4000억여원과 7조원 정도로 LCD 패널 산업보다 10조원 가량 뒤진다. 삼성SDI의 PDP·CRT·OLED 사업 연간 추정 매출액이 3조여원으로 예상되고, 여기다 LG전자의 PDP 모듈 사업을 합치면 디스플레이 패널 산업 매출은 거의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실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업이익은 LCD 패널 산업 단일 업종이 메모리·비메모리 산업을 크게 압도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삼성전자 LCD총괄과 LG디스플레이의 연간 영업이익은 각각 2조2000억여원과 1조8000억여원으로 추정된다. 둘을 합하면 국내 LCD 패널 쪽에서만 연간 4조원의 돈을 벌어들인 셈이다. 이에 비해 삼성전자 반도체총괄과 하이닉스반도체는 각각 연간 3000억여원 흑자와 1조7000억여원 적자가 예상된다. 올해 반도체 산업은 전체 조 단위의 적자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양산 경쟁력을 좌우하는 설비 투자 규모도 올해 디스플레이는 반도체를 넘어선다.
김정환 지식경제부 반도체디스플레이과장은 “최근 다들 어려운 상황에서도 디스플레이 산업은 비교적 선방하면서 타 산업은 물론이고 해외 경쟁국과도 격차를 벌리고 있다”면서 “달라진 위상만큼 다각적인 관심을 갖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지원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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