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LCD업체 '먼지와의 전쟁'걸렸다.
[중앙일보 김창우] 충남 아산에 있는 삼성전자 탕정 LCD 단지는 1일 몰려오는 황사에 비상이 걸렸다. 극소량의 먼지만 생산 라인에 들어가도 불량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지난주 황사 예보가 있자마자 종합대책반을 가동하고 클린룸 안으로 공기를 공급하는 급기구 필터를 모두 교체했다"며 "클린룸에 들어가기 전에 해야 하는 공기목욕(에어샤워) 시간도 평소보다 두 배인 30초 이상으로 늘리는 등 주말 내내 '먼지와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PDP 패널을 생산하는 삼성SDI는 평소 1~2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는 필터를 지난주에는 매일 바꿨다. LCD를 만드는 LG필립스LCD와 반도체 업체인 하이닉스 등은 꼭 필요한 자재 외에는 물건의 반입을 미뤘다. 평소보다 먼지 농도가 최대 30배까지 높아지는 것을 감안한 조치다.
반도체와 PDP.LCD 등은 황사에 민감한 분야다. 반도체 생산라인의 경우 청정도 '클래스 1'을 유지한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30㎝인 공간에 머리카락 굵기의 1000분의 1인 100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크기의 먼지 하나가 있는 것을 말한다. 서울 여의도에 야구공 하나 있는 수준이다. 이 같은 청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반도체 생산라인에 들어갈 때는 눈만 남겨둔 채 온몸을 가리고 센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공기목욕을 한다. 또 클린룸 안과 밖에 기압 차이를 두고 3~4중 필터를 설치해 공기에 섞인 먼지가 내부로 흘러들지 못하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황사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던 1990년대에는 브라운관이나 정밀기기의 불량률이 평소보다 70~80%씩 올라가곤 했다"며 "2000년 이후에는 실질적인 피해 사례는 없었지만 황사가 늘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창우 기자 kcwsss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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