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자극 …'살아있는 영상' 을 즐긴다
'다모'이후 HD드라마 열풍
영화 이어 게임타이틀도 풀HD
가전 IT기기도 발빠른 전환
산업 전반 새로운 성장기회
`HD(고화질, High Definition) = Human Desire(인간의 욕구)'
2003년 7월 방송된 MBC 드라마 `다모'는 `다모폐인'이라는 신조어를 만들만큼 사회적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 드라마의 인기비결은 감칠 맛 나는 대사와 주인공들의 연기력이 결합된 점도 있지만 무엇 보다 `살아있는' 영상을 전달했기 때문이다. 다모는 국내 최초로 전 과정을 16대9의 HD 영상으로 제작, 방송해 국내 드라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모와 같은 HD 영상들이 인간의 삶을 바꿔놓고 있다. 다모를 기준으로 다모 이전 세대와 다모 이후 세대로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은 HD다.
40인치 HD급 LCD TV에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의 HD 전문채널인 `스카이 HD'를 시청하고 있는 30대 은모씨는 더 이상 비 HD 방송을 보기가 어렵다고 토로한 바 있다. 이제 HD 마니아들에게는 드라마의 스토리보다는 HD로 제작됐는지 유무가 더 중요하다. HD는 인간의 `간사한' 눈을 만족시켜 주고, 더 이상 과거(비HD)로의 회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HD는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는 기술이다. HD 이전 세대의 영상ㆍ음향 장치들이 단지 색상과 동작, 소리를 재현하는 데 급급했다면, HD는 TV 화면 등을 통해 우리에게 자연을 보다 근접하게 전달하고 있다.
2003년 다모가 방송되던 시점에 낯설던 HD는 더 이상 멀리 있지 않다. 우리 곁에 바짝 다가와 있다. 가전ㆍITㆍ방송ㆍ콘텐츠ㆍ통신 등 전 산업에 걸쳐 과거 `Y2K'에 못지 않은 폭발적인 시장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가온 HD, 급변하는 시장환경= 국내 방송은 이미 HD 시대를 맞고 있다. 2000년 8월 SBS가 HD 시대를 연 이후 많은 드라마가 HD로 제작되고 있으며, 저녁뉴스까지 HD로 제작되고 있다. SBS는 올해 말까지 전 드라마를 HD로 제작하고 5.1채널도 도입, 말 그대로 안방극장 시대를 열 태세다.
방송위원회는 2010년 완전히 HD방송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고 HDTV 보급률이 95%가 되는 시점에서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할 방침이다. 또 방송사 및 콘텐츠 제작업체들은 HD를 다른 미디어와 경쟁요소로 판단, 송신시설 및 방송 제작시설을 HD로 전환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케이블TV협회도 2010년까지 전체 가입자를 HD로 전환할 계획이고, 이미 스카이라이프는 스카이HD라는 HD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HD 콘텐츠 시대가 멀지 않았다.
미국은 내년 7월까지 방송수신이 가능한 모든 기기에 디지털튜너를 장착해 HD방송으로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대부분 국가에서 2010년 전후로 HD방송으로의 완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미국의 경우 스포츠와 영화, 드라마 등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방송되는 프로그램의 50%를 HD로 송출하고 있다.
방송은 물론 콘텐츠 시장에도 HD 물결이 거세다. 영화사들은 기존 DVD에 비해 화질과 용량이 대폭 확대된 블루레이와 HD-DVD 등 풀HD 규격에 맞춰 영화 타이틀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올 연말부터 플레이스테이션3와 엑스박스360용 풀HD 게임 타이틀도 등장할 예정이다. 이미 영화는 HD에 비해 두배의 해상도와 선명도를 지닌 풀HD를 지나 이보다 두배 개선된 해상도 4096x2160의 `4K' 시대를 맞고 있다.
내년 2월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비스타 출시는 PC에서도 HD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 1월 MS는 윈도비스타에서 HD-DVD를 지원한다고 밝혔고, 윈도비스타에서 HD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한 HDCP(High-bandwidth Digital Content Protection)도 지원한다. 또 와이드 화면을 기본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HD콘텐츠를 더욱 쾌적하게 즐길 수 있을뿐더러, 윈도XP에 이어 HD전송규격인 HDMI를 보장하고 있다.
업체들의 HD 시장 선점을 위한 표준 경쟁도 활발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HANA'다. HANA는 HD급 콘텐츠를 네트워크로 안정적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HD 기기에 관련한 통합 규격을 제시하고 있다. 소니와 마쓰시타는 HD 영상을 기록할 수 있는 신규격인 `AVCHD'를 마련했고, 삼성전자와 LG전자ㆍ마쓰시타ㆍ도시바 등은 최근 무선으로 HD 기기를 연결하는 `와이어리스 HD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빅뱅 준비하는 퍼스널 HD 시장= HD와 관련한 환경 변화와 발맞춰 가전ㆍIT 기기의 시장 침투도 발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카메라 등 입력단 제품부터 TV와 프린터 등 출력단 제품까지 우리가 접하는 모든 가전ㆍIT 기기들이 HD 제품으로 전환되고 있다.
디지털 TV 시장은 이미 HD를 넘어 풀HD 시대를 맞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중소기업 등 국내 기업들은 올해 중반부터 HD에 비해 선명하고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는 풀HD LCD TV를 선보이고 있으며, 내년에는 50인치 이상 PDP TV에서 풀HD 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소니는 고급형 LCD TV를 풀HD로 전환했고, 샤프는 12월부터 일본시장에 출시하는 37인치 이상 LCD TV 모두를 풀HD로 전환한다. 또 파나소닉은 연말경 50인치 풀HD PDP TV를 내놓을 예정이다.
디지털카메라의 경우 1000만화소 이상의 고해상도를 지닌 제품들이 100만원대 이하의 가격에 판매되기 시작했고, 캠코더도 소니 등에서 HD급으로 녹화할 수 있는 제품을 이미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HD급 화질의 디지털캠코더를 내놓을 방침이다.
플레이어 시장은 DVD 보다 4배나 선명한 블루레이와 HD-DVD 등 차세대 제품들이 삼성전자와 도시바에 의해 등장했고, LG전자와 소니도 이 대열에 합류한다. 이 달 중순에는 풀HD급 게임기인 플레이스테이션3가 출시될 예정이다.
영화관은 디지털 극장 시대를 맞아 기존 영사기를 2K와 4K 프로젝터가 대체하고 있다. 최근에는 소니가 IP기반의 HD 화상회의 시스템까지 출시했다. PC 시장에도 16대9 와이드 화면 모니터와 블루레이ㆍHD-DVD 등 차세대 드라이브를 채택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셋톱박스 업체들은 방송사업자들의 HD 전환에 맞춰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HD 시장은 콘텐츠와 AVㆍIT 기기가 양적인 축적을 거듭하면서 질적인 빅뱅을 기다리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폭발의 시기가 보다 빨리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07년 HD의 시대의 화려한 서막이 오를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이근형ㆍ이형근기자@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