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진이 두드러지면서 내년에는 한ㆍ일ㆍ대만의 디스플레이 3강 구도가 무너지고, 한국이 주도하고 중국이 추격하는 경쟁 양상이 형성될 전망이다.
4일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의 최근 5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국가별 점유율`자료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으로 지난 2008년(23.4%) 이후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중소형 LCD 부문에서는 일본이 40%대의 점유율로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한 자릿수(9.9%)로 떨어진 대형 LCD부문 점유율은 올해도 3분기까지 7%대 점유율에 그치는 등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2008년까지만 해도 한국과 시장을 양분했던 PDP(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 부문에서도 올해는 일본 점유율이 20%대 초반 수준으로, 작년(39.3%)에 비해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 위세에 밀려 고작 3% 남짓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부진은 일본 가전업계 경쟁력 상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 TV 시장에서 소니와 샤프 등 일본 제품이 한국과 대만 제품에 밀리면서 관련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도 도미노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인 샤프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최근 전체 20%에 달하는 1만명 이상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또 대만 홍하이 그룹과 주력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는 등 생존 기로에 서 있다. 샤프는 지난 1일 2012 회계연도(2012.4∼2013.3) 연결 순손실이 사상 최대 수준인 4500억엔(6조1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이튿날 2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샤프의 신용등급을 `정크` 등급으로 강등했다.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몰락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평판디스플레이(FPD) 인터내셔널`에서도 나타났다. 그간 대표적 국제 디스플레이 전시회로 자리잡았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각국 주요 디스플레이 업체의 불참이 이어졌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해 대만 AUO와 중국 BOE 등 대표 업체가 모두 불참했다. 지난해 180여개였던 참가기업 수는 140여개로 줄었다. 특히 안방에서 열린 행사인데도 샤프는 참가하지 못하고 재팬디스플레이와 파나소닉만 참가하는 등 일본 관련 업계 어려움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행사 불참 이유로 신제품 부재를 내세우고 있지만 일본의 디스플레이 산업 부진 속에 시장에 대한 매력이 떨어진 것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행사에 참가한 관계자는 "관람객 수는 약 1만4000여명 정도로 전년도와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대표 업체들이 대거 불참하다보니 예년과 같은 위상을 느끼기 어려웠다"면서 "후원사들의 제품으로 억지로 채운 듯한 부스도 있는 등 콘텐츠도 상대적으로 빈약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일본 몰락으로 생긴 빈자리는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채워나가고 있다. 지난 2008년 3%에 불과했던 중국의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이 올해 들어선 8%에 육박하고 있다. OLED부문 점유율은 아직 2%에 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LCD부문에서는 올 들어 8%를 넘어서는 등 두 자릿수 점유율을 돌파할 태세다. 특히 최근 BOE가 대형 산화물(옥사이드ㆍOxide) OLED 패널을 선보이고 CSOT(차이나스타)가 8.5세대(2200×2500㎜) LCD패널 생산 수율을 95%까지 올리는 등 양뿐만 아니라 기술 측면에서도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박진한 디스플레이뱅크 이사는 "대형 LCD부문에서는 내년 중국이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대만의 디스플레이 경쟁력에 중국의 성장세가 더해져 한국을 향한 중화권의 추격이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타임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