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 추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과 일본이 세계 디스플레이 산업을 이끌며 `한ㆍ대만ㆍ일본 디스플레이 삼국지`를 펼쳐왔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일본 업계는 눈에 띄게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 일본 디스플레이 업계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15% 안팎으로 지난 2008년 23.4%를 기록한 이후 지속 하락중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 샤프는 몰락하고, 대만 홍하이 그룹과 주력 공장 매각 협상을 벌이는 등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FPD 인터내셔널` 행사는 이같은 일본업계의 몰락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이 전시회는 대표적인 국제 디스플레이 전시회로, 올해는 대형 업체들의 불참이 잇따랐다. 삼성과 LG를 비롯, 대만 AUO와 중국 BOE 등 대표 업체들이 모두 불참하면서 자국내 전시 행사로 전락했다. 샤프는 안방행사에조차 참석하지 못했다.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의 추락은 일본 TV 제조사들의 부진과 맥을 같이한다. 세계 시장에서 일본 TV 업계의 부진이 디스플레이 업계의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반대로 한국은 PDP TV를 시작으로 디지털가전의 영역에서 경쟁력을 급속도로 키웠다. 아날로그TV에서 일본에 10년 넘게 뒤졌던 기술경쟁력을 디지털TV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뒤집은 것이다. 이는 결국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패널 제조기술이 전 세계 TV메이커들로부터 인정을 받은 결과다.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패널 업계는 세계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이제 디스플레이 패널은 PDP에서 LCD로, 다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진화를 모색하고 있다. OLED는 이미 스마트폰 등 소형 정보기기용으로 삼성디스플레이가 대량 양산체제를 구축하며 상용화한 상태다. 대형 TV에서는 LCD패널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소형 제품에서는 LCD와 OLED가 공존하고 있는 셈이다.
OLED가 대형화돼 TV패널로 사용될 경우 디스플레이 시장은 또 한차례 격변이 예상된다. 여기서 디스플레이 강국 코리아가 그 지위를 이어가야 한다. 문제는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삼성과 LG디스플레이가 어떤 전략을 펴는가에 있다. 두 회사는 55인치 OLED 패널 양산에 대해 아직 구체적 일정을 밝히진 않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이들의 패널을 채택한 55인치 OLED TV를 연내 출시한다는 계획만 밝히며, `세계 최초출시`를 둘러싼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OLED 주도권을 놓고 삼성과 LG가 패널뿐 아니라 TV세트에 있어서도 사활은 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두 회사는 이미 인력유출, 특허침해 등으로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대형 OLED 시장 선점을 위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다.
경쟁은 필요하다. 다만 우리는 두 회사가 서로 받을 상처가 치유 가능한 영역이길 바랄 뿐이다. 티격태격 다투는 동안 중국과 대만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를 뒤쫓고 있다.
이미 대만 홍하이는 무너진 샤프 인수한다고 발표하고, 막바지 협상을 진행중이다. 중국은 엄청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토종 기업을 정부차원에서 키우고 있다. 대만 AUO와 중국 BOE 등은 LCD 부문 경쟁력을 OLED 부문에서도 이어가며 일본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LCD시장이 지고 OLED 시장이 왔을 때 지금처럼 삼성과 LG가 세계 시장을 주도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삼성과 LG의 OLED 전환을 위한 전략적 판단과 후방 산업 활성화를 위한 상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소니와 샤프의 몰락은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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