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반도체 장비업체 CEO를 만났을 때다. 당시 그는 한국의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는 반도체 장비 1위 기업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하다. [창조경제포럼]차세대 디스플레이 장비는 앞서 가자 차 바꾸고 싶은데...내 차 팔면 얼마? 최근 이 회사는 3위인 일본 도쿄일렉트론(TEL)과 합병을 선언했다. 새해부터는 합병을 통한 시너지 및 비즈니스전략이 구체화될 것이다. 두 회사의 매출규모는 100억달러, 우리 돈으로 10조원이 넘는다. 일각에서는 해외 유수 장비 기업의 합병으로 인해 국내 반도체 산업이 종속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장을 이끌던 일본 대표 기업들을 제치고 성장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이런 상황은 안타깝기 그지없다. 제조기술의 근간인 반도체 장비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현실과 많이 다르다. 반도체소자를 생산한 지 30여년이 지나고 이제는 시장점유율이 50%가 넘는 시점에서도 대부분의 장비를 외산에 의존하고 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은 어떠한가. 10여년 이상 호황을 누려오면서 LCD산업이 급성장했고 대기업은 전 세계로 수출하면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디스플레이장비 대부분도 반도체장비와 비슷하게 수입에 의존했고 일부는 국산화했지만 핵심공정은 지금도 해외 의존도가 높다. 여기에다 중국의 저가공세에 몰려 완제품인 LCD TV는 중국 등 인건비가 싼 곳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상황이다. 장비업체들은 국내에서는 투자가 거의 없고 중국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국 비즈니스에 전념하고 있다. 앞으로 반도체와 LCD산업만큼 성장할 만한 장치산업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꿈의 디스플레이라 불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롤투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산업이다. 현재 OLED를 포함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은 기술적·가격적·생산성 관점에서 아직 풀어야 할 난제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조기술을 포함해 소재·부품·장비 등이 시급하게 개발돼야 한다. 특히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아직도 표준화된 공정이 없고 양산설비 투자보다는 개발에 더 집중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핵심장비를 외국에서 수입해왔다면 OLED를 포함한 차세대 디스플레이만큼은 장치와 제조기술을 결합해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 간의 동반성장을 바탕으로 진정한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나아가야 한다. OLED에서는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와 대등해보자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분야의 노력이 필요하다. 장비회사는 차별화된 아이디어와 기술을 갖고 접근해 외산 장비업체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단순하게 외산장비를 그대로 본떠 유사한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기술개발도, 국산화도 아니다. 수요기업은 차별화된 기술을 보유한 장비회사를 존중하고 발전시켜주는 역할이 필요하다. 구매의 복수 업체 경쟁 입찰 및 기술확보 차원의 독점적 공급 계약 등은 국내 중소·중견 장비회사가 글로벌 규모로 성장하는 데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기관은 기반기술 확충 차원에서 OLED를 포함한 핵심공정장비 기술을 보유한 기업에 우선적으로 개발자금을 지원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만큼은 해외에서도 기술경쟁력을 갖춘 글로벌기업이 한국에서 탄생하기 바란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디스플레이 강국으로 지속 성장해 나아갈 수 있다. 안경준 에스엔텍 대표 snt1535@sntek.com etnews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