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들은 올해 반짝 호황을 누렸다. 중국 등지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설비 주문이 밀려든 덕분이다. 하지만 최근 3년간 냉탕과 온탕을 오간 경험을 비춰볼 때 탓에 안도할 수만은 없다. 미래에 대비한 기업의 자생력 확보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장비 산업은 제조업 핵심축인 첨단 기계·공정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장비 업체들은 올해 호실적에 힘입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있다. 대다수 장비 업체가 특정 산업군과 국내 고객사에 편중된 기존 사업구조를 탈피하기 위해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 있다.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에스엔유프리시젼은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을 개척한 것이 실적 상승의 원동력이 됐다. 중국 BOE에 OLED 장비를 공급하면서 비저녹스·티안마 등에서도 증착 장비를 수주할 수 있었다. 내년에도 추가 계약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고객사 다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공급 제품을 차별화함으로써 삼성과 LG 양대 디스플레이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었다. 케이씨텍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제품군을 고르게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소재 사업으로도 발을 넓히면서 실적 상승 버팀목을 마련했다. 소재 사업이 성장하면서 올해는 지난 2010년 최고 실적에 준하는 성적을 거둘 전망이다. 반도체 화학기계적연마(CMP) 슬러리 사업에 이어 새로운 소재 사업을 발굴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OLED 장비를 주력으로 해 온 AP시스템은 플라스틱 기판을 유리에서 떼어내는 레이저 장비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장까지 발을 넓혔다. 또 올 초에는 반도체 후공정 장비까지 개발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졌다. 탑엔지니어링은 올해 신규 제품인 글라스 커팅 장비의 중국 수출 길을 열었다. 이를 바탕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 회사는 OLED 장비 사업을 위해 경북대 벤처기업 일렉스를 인수했다. 한 장비 업체 사장은 “과거 투자가 활발할 때에는 특정 기업에 집중하는 협력사의 전망이 더 밝았지만 이제는 무색무취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라며 “제품 구성과 고객 스펙트럼도 넓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