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호(號)가 잔잔한 내해를 벗어나 본격적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항해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언제 어떤 태풍이 불어닥칠지 모를 불안감으로 소극적이었으나 올해부터는 전사 역량과 신규 투자를 OLED에 집중해 속도를 낸다. 신시장 개척을 위해 LG디스플레이는 오는 2018년까지 대형·플렉시블 OLED를 중심으로 10조원 이상 신규 투자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는 17일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20주년 기념 디스플레이 중장기 전략발표회’에서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로 OLED를 선정하고 집중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2018년까지 OLED와 프리미엄 LCD 분야로 투자 중심을 이동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OLED 투자는 대면적 및 플렉시블 OLED 확대와 사이니지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집중한다. 10조원 가운데 상당 부분 투자는 8세대급 이상 OLED 대형 라인 신설에 투자할 전망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이 LCD 생산 2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35조5000억원 생산 유발과 직간접 인원 13만명 고용창출 등 경제 파급 효과는 물론이고, 세트뿐만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등 전후방 산업 발전을 통한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LG디스플레이가 OLED사업에 본격 나서는 것은 기존 LCD는 구현할 수 없는 새로운 디스플레이 성능과 디자인을 시장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 새로운 기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업계의 LCD 시장 위협도 한몫했다. 중국 업계의 세계 LCD 생산 점유율은 2015년 기준 16% 수준에서 5년 뒤 2020년에는 27% 수준으로 급성장해 디스플레이 1위인 우리나라 지위를 크게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쟁 환경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LG디스플레이는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OLED를 미래 성장 동력으로 육성, LG그룹 차원에서 모든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를 위해 △대형 OLED는 종이처럼 얇은 월페이퍼 디스플레이·투명 TV와 같은 프리미엄 제품군에서 지배력을 강화해 신시장을 창출하고 △중소형 OLED 분야는 플렉시블 OLED에 집중해 웨어러블 시장에서 1등 달성을 목표로 세웠다. △자동차용과 폴더블 디스플레이 시장도 선도한다는 계획이다.
한상범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G디스플레이가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목적도 있으나 우리나라가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경쟁국 추격을 뿌리치고 지속적으로 선두 자리를 이어가기 위해 OLED는 반드시 개척하고 선점해야 할 시장”이라며 “LG디스플레이는 OLED 사업을 반드시 성공시켜 디스플레이 강국 위상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OLED는 가장 완벽한 ‘블랙(Black)’을 표현해 LCD가 결코 구현할 수 없는 무한대 명암비를 자랑한다. 풍부하고 정확한 색표현과 LCD보다 1000배 빠른 응답속도 등 전반적인 화질 측면에서도 OLED는 최고 디스플레이로 인정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LG디스플레이와 같은 기업의 과감한 투자와 세계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도전이 한국 경제를 이끄는 버팀목이 됐다”며 “앞으로도 한국이 OLED를 중심으로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수출경쟁력강화대책 발표에서 OLED를 차세대 수출유망품목으로 선정하고 OLED 제조장비 할당관세 지정, OLED 원천기술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일몰연장 등 정책을 추진해 왔다.
성현희 기자 | sunghh@etnews.com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출처:전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