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용 액정표시장치(LCD) 가격이 끝을 모르고 하락하고 있는 가운데 군소 TV업체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울트라HD(UHD) 패널 가격이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UHD TV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시장 상황이 지속할 경우 LG전자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시장에 다른 메이저 TV 기업들이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10일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 등에 따르면 지난 2분기 글로벌 LCD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중국 5개 메이저 업체, 일본 4개 기업을 제외한 군소 TV 업체들의 점유율이 31.6%로 상승했다.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이 같은 군소 업체들의 점유율이 20%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빠른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LCD 패널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상대적으로 TV 사업 진출이 쉬워졌다는 분석이다.

올 상반기 내내 이어진 LCD 패널 하락세가 9월에도 변함없이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9월 상반월에도 TV용 패널 가격이 전월보다 1.7% 하락했고 한동안 견조한 가격 상승세를 나타내던 32인치 패널도 줄곧 하락하고 있다. 32인치 패널은 올 상반기까지만 중화권 TV 제조사 간 '점유율 혈투'로 한때 품귀 현상까지 빚으며 90달러 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BOE의 신규 라인 가동과 함께 중국 내에 중저가 TV용 패널이 넘쳐나기 시작하며 다시 공급과잉 상태에 진입했다.

이 같은 LCD 패널 하락세는 군소 TV업체의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의 지역 TV 제조사뿐만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들의 공세도 이어졌다. 또 부품 하락에 따라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모니터용 디스플레이, 태블릿PC 등의 IT 기기를 판매하던 업체들도 UHD TV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상황이다. 최근 100만원대 65인치 UHD TV를 출시한 에이엠에이치컴퍼니를 비롯해 티지앤컴퍼니, 알파스캔 디스플레이 등이 경쟁적으로 UHD TV를 내놓고 있다.

업계는 4K 춘추전국시대가 결과적으로 OLED TV 시대를 촉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CD TV 부문에서 차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국, 대만 TV 회사들이 LG전자를 따라 OLED TV 출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설명이다. OLED 기술의 원산지나 다름없는 일본 소니, 파나소닉 등도 시장에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RGB 방식의 OLED TV를 고수하며 아직 시장에 진입하지 않은 삼성전자와 중국 메이저 기업의 OLED TV 시장 진출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황민규기자 hmg815@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