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시장에서 삼성·LG 등 후발주자에게 역전패했던 소니가 초고화질(UHD) TV로 다시 두각을 나타내면서, 디스플레이 업계가 소니를
우군으로 확보하는 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소니는 북미와 유럽지역에서 여전히 브랜드 영향력이 높은데다 방송 표준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어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차세대 TV 성공의 바로미터로 여겨진다.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펼치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소니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TV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 확보하기 위해 일본 소니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브라운관TV 시절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소니는 LCD TV
전환기에 기민한 대응에 실패하면서 몰락의 길을 걸었다. 하지만 최근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재기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소니는 UHD TV시장에 집중해 지난 2014년 회계분기(2014년 3월~2015년 3월)에 TV 사업에서
흑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11년 만이다.
세계 TV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 보면 소니 영향력은 크지 않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세계 TV
시장(매출액 기준) 점유율 28.5%, 2위 LG전자는14.1%를 차지했다. 10년간 순위 변동 없이 양사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이어 소니가 7%, 하이센스6%, TCL 5%다.
<소니가 최근 출시한 4K 초고화질 LCD TV.>
디스플레이 업계는 소니가 3위에 불과하지만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소니는 국제가전전시회 ‘IFA 2015’에서도 4K를 넘어 8K TV를 전시했다. 또 자연그대로 색상을 표현하는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 기술을 적용한 4K TV도 전시해 화질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외에도 소니는 소니픽쳐스 등 초고화질 TV 핵심인
콘텐츠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구성하고 있는 유일한 TV제조업체다.
업계 관계자는 “소니는 UHD TV 시장에서 중국 하이센스, 창홍보다 점유율이 낮지만 북미와 유럽 지역에서는 브랜드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도가 여전히 높다”며 “방송표준을
이끄는 영향력이 커 차세대 TV 시장 활로를 결정할 방향키를 잡고 있기 때문에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매우 중요한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는 소니와 협력 관계 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소니를 OLED TV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소니가 LG전자에 이어 OLED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면 삼성전자 역시 OLED TV 시장 진출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세계 3대 TV 제조업체가 OLED TV 시장에 나선다면 시장 개화는 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 소니가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소니 움직임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내년부터 8K 시험방송을 실시하고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본방송을 시작할
계획이다. 때문에 8K(7680×4320) TV 기술 주도권을 일본 업체가 쥐고 갈 가능성이 높다. 소니, 샤프 등이 적극 대응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소니가 다시금 위협적인
존재가 되면서 우군으로 만들기 위한 물밑작업을 하고 있다. 소니를LCD 진영으로 계속 이끌면 LG디스플레이 OLED 시장
확대도 견제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소니를 든든한 고객으로 확보한 쪽이 향후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승기를 잡는 데 유리할 것”이라며 “세계 TV 소비시장 한축인 북미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선 소니 후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 sunghh@etnews.com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출처:전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