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발 대규모 투자로 위기감이 그 어느 때보다 컸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기업 BOE가 10.5세대(2940×3370㎜) LCD 라인 신설을 위해 총 400억위안(약 6조9960억원) 투자를 확정하면서 위기감이 고조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이 보유한 LCD 라인은 8세대(2940×3370㎜)가 최대 규모다.
8세대에서는 유리기판 한 장당 60인치 패널 넉 장을 생산하지만 10세대(2880×3130㎜)에서는 60인치 열 장 생산이 가능하다. BOE가 대형 패널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10.5세대 투자를 결정한 만큼 기존 대형시장 강자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빠르게 추격할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차이나스타(CSOT)도 10.5세대 투자를 검토 중이다.
중국의 공격적 OLED 추격 역시 긴장할 만한 요소다. BOE 5.5세대 LTPS OLED, CSOT 우한 6세대 LTPS OLED, 티안마 6세대 LTPS OLED, 비전옥스 5.5세대 LTPS OLED 라인이 이미 건설에 돌입했거나 파일럿 라인을 가동 중이다.
이외에 에버디스플레이가 상하이에 6세대 LTPS OLED 투자를 검토 중이고 폭스콘도 구이저우(6세대 LTPS OLED)와 정저우(6세대 LTPS OLED)에 각각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후한 5세대 라인 설비를 중국에 매각하고 이 부지를 소형 OLED와 대형 LCD에 집중하는 전략을 택했다. 당초 10세대급 투자도 검토했지만 기존 8세대 라인 가동률을 높이는 등 원가절감 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우선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정윤성 IHS테크놀로지코리아 상무는 “실질적으로 70~80인치급 초대형 TV 물량이 향후에도 많지 않을 전망이어서 기존 8세대에서도 충분히 대형 TV 패널을 소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스마트폰, 노트북, 태블릿 등 IT제품용 위주로 생산한 L5 라인 장비를 매각하고 이 물량을 대형 라인에서 소화한다. 이미 L5에서 생산하는 패널은 8세대 라인으로 이전한 상태다. 대형 패널에서 다양한 소형 제품을 생산하면 전체 제품 비중을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 시황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7·8세대 LCD 라인만 남겨둔 것은 대형 LCD 사업에서 중국과 다시 격차를 벌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중국이 생산하는 LCD 패널 대부분은 32인치에 집중됐다. IHS가 조사한 중국 패널 제조사의 TV용 패널 크기별 선적 비중 자료에 따르면 32인치 패널은 지난 1분기 90%, 2분기 86%, 3분기 80% 수준으로 나타났다. 55인치 비중이 3분기에 역대 최대치로 늘었지만 10% 수준에 불과하다.
데이비드 셰 IHS테크놀로지타이완 연구원은 “중국이 대형 패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아직 대형 TV 패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성숙하지 않았다”며 “BOE나 CSOT가 8세대에서 43인치, 18.5인치, 21.5인치를 동시 배치해 생산하는 멀티 모드 글라스(MMC) 전략을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수율이 낮다”고 전했다.
소형 OLED는 갤럭시S6 엣지로 촉발한 플렉시블 시장과 평면형 OLED에서 초격차 전략을 쓴다. 이미 지난 상반기 중국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면서 3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 대비 1450% 증가한 9300억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A2 라인을 완전 가동한데다 향후 애플 공급량까지 더하면 A3 2단계 투자는 물론이고 신규 라인 건설까지 필요한 상황이다.
최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 뒤처진 TV용 대형 OLED 사업도 투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이미 내부적으로 기존 RGB 방식이 아닌 화이트OLED(WOLED) 방식 기술개발을 마쳤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내부에서 WOLED 기술 수준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는 분위기”라며 “관련 장비 기업도 WOLED 방식 제품 준비를 마친 상태여서 시작 여부만 남겨놓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출처:전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