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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라인]OLED에 베팅하라
관리자 2015.12.01 897

2007년 말 삼성코닝 직원들 표정은 어두웠다. 삼성코닝정밀유리에 흡수 합병되면서 대규모 감원이 예고됐다. TV가 브라운관에서 LCD로 바뀌면서 기업과 사람의 운명도 뒤바뀌었다. LCD 유리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코닝정밀유리는 삼성코닝이 낳은 자식과 같았다. 사내 태스크포스로 시작했다. 1995년 출범 당시만 해도 삼성코닝에서 ‘물 먹은 사람’이 정밀유리로 쫓겨나다시피 했다. 정밀유리로 발령 나면 회사를 그만두는 이도 있을 정도였다. 


[데스크라인]OLED에 베팅하라
12년 만에 인생역전이 벌어졌다. 좌천됐던 사람들이 권토중래했다. 삼성코닝에서 잘나가던 엘리트들이 비주류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목을 기다랗게 내놓고 기다리는 형국이었다. 탄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1970·1980년대 신입사원에게 삼성전자보다 인기가 높았던 삼성SDI(옛 삼성전관)도 상황은 비슷했다. 세계 곳곳에 지어진 브라운관 공장이 하나씩 가동을 중단했다. 주가는 1년 새 3분의 1 토막이 났다. 감원 소식에 직원들 어깨가 펴지지 않았다. 삼성SDI는 늪에서 탈출하려 안간힘을 썼다. OLED176와 이차전지에 올인했다. OLED 개발을 맡은 임원은 사무실에 야전침대까지 두고 6개월간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삼성SDI는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 최초로 OLED 양산에 성공했다. 디스플레이 선진국 일본도 번번이 실패했던 과업이었다. 덕분에 삼성SDI는 OLED사업부를 삼성전자에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었다. 실패했다면 모두 실직했을 직원을 구했다. 이차전지 전문기업으로 탈바꿈도 가속화했다. 

10여년이 흘렀다. 역사의 수레바퀴가 다시 돌아간다. 브라운관이 LCD에 밀렸듯, LCD도 OLED에 자리를 내줄 기미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차세대 LCD 투자를 사실상 중단했다. 대신에 OLED 공장 증설에 나섰다. 애플이 아이폰에 OLED를 적용할 것이라는 뉴스도 전해졌다. 아이폰은 연간 2억대가량 팔린다. 삼성과 LG가 지금부터 증설해도 2018년까지 1억대 정도밖에 공급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넘쳐나는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OLED 슈퍼 호황’이 예고된 셈이다.

[데스크라인]OLED에 베팅하라

패러다임 변화는 역전현상을 동반한다. 주류와 비주류가 바뀐다. 변방 취급받던 OLED사업부는 이제 주력으로 떠올랐다. 학계에서도 서자 취급받던 OLED 전공 교수가 상한가다. ‘디스플레이 코리아’ 위상도 달라졌다. 일본이 원천기술을 갖고 있던 LCD와 달리 OLED를 상용화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OLED시대엔 대한민국이 명실상부한 디스플레이 최강국이 된다. 


그늘도 깊다. LCD 투자가 멈추면 후방산업도 멈춘다. LCD 장비·소재·부품업계가 위기다. 삼성코닝처럼 급격하게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 한때 대기업 반열에 올랐던 LCD 백라이트 유닛업체가 줄줄이 무너진 것은 일종의 전조다. 

OLED는 LCD보다 기술 진입장벽이 높다. 막대한 연구개발(R&D) 비용이 필요하다. 리스크가 크다. 일본과 중국기업이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다. 그래서 승자독식이 가능하다. 장비든, 소재든 상용화에 성공하면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갈 수 있다. 장비·소재업계는 이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삼성코닝의 길을 갈 것인가, 삼성SDI의 길을 갈 것인가. 베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장지영 성장산업부장 jyajang@etnews.com 

장지영 기자 | jyajang@etnews.com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출처: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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