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중화권 기업의 기세가 강했던 한 해였다. 중국, 대만의 대형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계속해서 생산량을 늘리며 공급 과잉을 주도한 탓에 LCD 가격도 3년 전에 비해 40%나 떨어졌다. 이는 결과적으로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으로의 옮겨가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다.
LCD 시장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의 90%가량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최근 OLED 패널이 확산 추세에 있긴 하지만 아직 LCD 시장의 1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대형 LCD 패널 시장점유율은 LG디스플레이가 22.6%로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대만의 이노룩스가 5%포인트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17.0%)와 4위 대만 AUO(15.1%)에 이어 12.3%, 중국 BOE가 5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대형 LCD 패널 부문에서 삼성, LG는 합산해 50~60%를 넘나드는 점유율을 기록한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여기에 중국이 다시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굴기'에 나선 중국이 디스플레이 부문에서도 현지 디스플레이 업체에 각종 지원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 2015 되돌아 본 산업계
(3)디스플레이
특히 전 세계 LCD 업계를 '치킨게임'에 몰아넣을 것으로 전망되는 BOE의 10.5세대 패널 공장에 투자가 시작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공장은 축구장 20개가 넘는 규모로, BOE는 앞으로 3년간 한화로 20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투자금을 쏟아부을 것으로 알려졌다. BOE는 초기 투자금액(44억위안)의 10%인 40억위안을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정부에서 지원받는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LCD 시장에서 중화권 업체와 증산 경쟁을 벌이기보다는 OLED 신규 투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누구보다 절박한 LG디스플레이가 먼저 시동을 걸었다. 삼성전자라는 업계 최대 큰 손을 고객사로 확보한 삼성디스플레이와 달리 외부 거래선에 대한 LCD 매출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경북 구미, 파주 등지에 10조원에 달하는 OLED 라인 신규 투자를 시작했다. 두 라인에서는 기존 TV용 OLED 패널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용 패널도 생산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체 시장의 9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모바일용 플렉서블 OLED 패널 생산량을 2분기부터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올해 4월 플렉서블 OLED 라인인 충남 아산 A3 신공장을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공정 수율을 70% 수준으로 끌어올려 전체 모바일 AMOLED 패널 생산량 규모를 마더글라스(유리기판) 기준 월 3만장 수준 가까이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애플 워치'를 출시하며 사상 처음으로 소형 OLED 패널을 사용하기 시작한 업계 최대의 '큰 손' 애플에 대한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구애도 본격화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경우 '애플 전담팀'까지 만들어 아이폰3 시절 이후 사실상 중단됐던 애플용 스마트폰패널 공급을 노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는 2017~2018년경 애플의 OLED 패널 도입이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일본의 재팬디스플레이(JDI) 등이 경쟁 구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황민규기자 hmg815@dt.co.kr
<출처:디지털타임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