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반도체 장비기업 AP시스템이 올해 `매출 1조 클럽`에 도전한다. 작년에 이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176(OLED) 설비 투자가 국내외 시장서 활발하게 이어지는데다 올해부터 새 후공정 장비를 양산 공급하기 때문이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 시장 진출도 준비하는 등 영역 확대를 꾀하면서 매출 1조원에 근접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AP시스템은 작년 하반기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베트남에 증설하는 OLED 모듈공장에서 사용할 플렉시블 OLED용 라미네이션 장비 사업을 수주했다.
라미네이션 장비는 OLED 기판에 커버 유리 기능을 하는 커버 필름을 부착하는 공정에서 사용된다. 작게 잘라낸 기판에 맞게 정확한 위치에 필름을 붙이는 게 핵심 기술이다.
AP시스템은 작년 말 삼성디스플레이가 발주한 베트남 공장용 라미네이션 장비를 일부 수주했다. 그동안 톱텍이 삼성디스플레이에 라미네이션 장비를 주로 공급했지만 AP시스템이 새로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모듈공장에 30억달러(3조4206억원)를 투자한 데 이어 2020년까지 추가로 25억달러(2조8505억원)를 투자할 방침이다. 업계는 이번에 AP시스템이 수주한 라미네이션 장비 사업이 4000억원대 수준인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 말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관련 사업을 쪼개서 발주하고 있어 전체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지만 20~30%를 AP시스템이 점유했다고 봤다.
AP시스템은 작년 삼성디스플레이에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와 레이저결정화(ELA) 장비를 대거 공급하며 세 자릿수 성장을 달성했다. 작년 매출 5549억원, 영업이익 322억원으로 각각 전년대비 89.30%, 166.15% 성장해 시장 컨센서스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작년 큰 폭의 매출 성장을 달성한데 톡톡히 기여한 LLO와 ELA 장비를 앞세워 중국으로 영역 확대에 나섰다. 중국 패널 제조사가 플렉시블 OLED 설비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삼성디스플레이에 관련 장비를 독점 공급한 AP시스템도 사업 기회를 얻게 됐다. AP시스템은 빠르게 증가한 장비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 생산 공장을 증설했다. 앞선 수주 물량이 상당한 만큼 실제 중국 매출은 올 연말이나 내년부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신규로 추진한 반도체 장비 사업도 올해 가시적 성과를 거두는 것이 목표다. 2015년 인수한 반도체 장비 기업 넥스틴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 반도체용 검사장비 공급을 추진했다. AP시스템 자체적으로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공정용 핵심 장비를 개발하는 등 반도체 사업 확대를 준비했다.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가 활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성과에 기대를 걸었다.
증권가는 올해 AP시스템 매출이 8000억원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을 것으로 내다봤다. 계열사인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기업 디이엔티와 넥스틴이 성장하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AP시스템이 워낙 빠르게 성장해 세메스, 에스에프에이에 이어 올해 1조원 매출에 근접한 실적을 거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며 “국내 장비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인정받아 성장한 긍정적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AP시스템 관계자는 “라미네이션 장비 양산을 시작한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발주처나 물량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