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10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유기발광다이오드176(OLED) 설비 투자를 시작했다. 지난해 투자액 9조8000억원과 비슷한 뭉칫돈이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2012년부터 연간 시설투자액이 4조~5조원이던 것을 감안하면 갑절이나 많은 돈이 2년 연속 투입되는 셈이다. 삼성이 짧은 시기에 속도전을 치르듯 OLED 시설 확충을 대규모로 하는 것은 OLED 수요가 폭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7세대 액정표시장치(LCD)를 생산하던 L7-1 라인을 6세대 플렉시블 OLED로 전환하는 투자를 시작했다. 주요 장비업체가 일제히 수주 공시를 냈다. L7-1 생산 능력은 월 3만장, 투자 금액은 3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르면 4분기부터 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시작으로 올해 8조~10조원을 설비 구축에 투자한다.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라인 전환 약 3조원, A3 플렉시블 OLED 라인 증설에 3조~4조원, 베트남 후공정 설비 1조원 등이 포함됐다.
L7-1은 7세대 LCD 라인에서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으로 탈바꿈하는 공장이다. 업계에선 'A4' 'A3E' 'A12' 등으로 불리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연말까지 총 월 3만장 수준을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투자로 내년 말까지 월 4만5000장 수준을 확보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생산 능력을 더 확보하려면 1조원 수준의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지난해에 이어 A3 라인 투자도 이어 간다. A3 투자는 올해가 마지막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A3 라인에서 월 3만~4만5000장 생산 능력을 갖췄다. 업계는 연말까지 A3 라인 총 생산 능력이 월 12만~13만장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A3 라인에 약 월 10만장 생산 능력에 해당하는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A3 라인에는 월 3만장에서 4만5000장까지 증설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서 후공정 라인을 증설하는 것도 장비 기업에 호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베트남 모듈 공장에 30억달러(약 3조3516억원)를 투자했다. 2020년까지 25억달러(약 2조793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매년 4조~5조원을 설비 구축에 투자했다. 지난해 A3 라인에 투자하면서 갑절로 뛰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공격적으로 중소형 플렉시블 OLED176에 투자하는 이유는 급증하는 시장 수요 때문이다. 당장 애플이 OLED 아이폰 양산을 시작하면서 약 8000만대의 플렉시블 OLED 수요가 생겼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시리즈에 리지드 OLED 모델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만큼 플렉시블 OLED 수요가 늘었다. 여기에 중국 스마트폰 업체도 플래그십 모델에 잇따라 플렉시블 OLED를 채택하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한 점도 증설을 서두르는 이유다. 실제 6세대 플렉시블 OLED 대량 양산 경험이 있는 패널 제조사는 삼성디스플레이밖에 없다. LG디스플레이도 플렉시블 OLED 양산 경험이 있지만 소량 생산에 그쳤다. 6세대 대량 양산은 올해 시작한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새 공장인 'A5(가칭)'라인 투자를 확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A3 라인 투자가 올해 마무리되지만 시장 수요를 충족할 만큼 생산 능력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새로운 폴더블 디스플레이, 태블릿과 노트북 등 정보기술(IT) 제품용 패널을 위한 신규 라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삼성이 A3 공장을 지어 놓고 어떤 제품과 기술에 투자할 지 1년 동안 검토했는데 이 기간을 더 앞당겼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뒀을 것”이라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시장 선점, 미래 기술 확보 등을 위해 A5 투자를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