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 유기발광다이오드176(OLED) 아이폰에 국산 부품이 대거 채택됐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하면서 한국 부품업계가 낙수 효과를 누렸다. 경제 파급 효과는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OLED176 아이폰용 디스플레이 드라이버IC(DDI)를 공급한다. DDI는 디스플레이 구성 요소인 화소를 제어하는 반도체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단독으로 납품한다.
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투메탈 칩온필름(COF)도 국산 부품이 채택됐다. 스템코와 LG이노텍이 투메탈 COF를 공급한다. 삼성전기와 도레이가 합작 설립한 스템코는 충북 청주에 본사와 공장을 두고 있다. LG이노텍은 LG그룹 부품 전문 회사다.
투메탈 COF는 OLED 패널을 DDI, 회로기판(PCB)과 연결하는 부품이다. 양면에 미세회로를 설계할 수 있어 고부가로 꼽힌다. 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모바일 기기에 적합하고, 접거나 둥글게 말 수 있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 각광 받고 있다.
연성인쇄회로기판(FPCB)도 국내 기업들이 수주했다.
인터플렉스, 비에이치, 삼성전기 등 3개사가 애플 OLED 디스플레이용 FPCB 공급사로 최종 낙점됐다. 최근 예비 발주까지 나와 양산을 목전에 두고 있다.
DDI, 투메탈 COF, FPCB는 모두 디스플레이와 연관된 부품이다. 또 이번에 결정된 공급 업체들은 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 관계에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애플의 신형 아이폰에 OLED176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한다. 애플은 단독 공급사를 두지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용 OLED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곳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에서 유일, 이 원칙이 깨졌다. 삼성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시장 점유율은 무려 90%가 넘는다. 이런 OLED 디스플레이 1위의 힘이 후방산업계로 번졌다.
부품 업계도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시장을 개척할 때 기술 대응에 적극 나서서 생태계를 구축한 것이 애플을 수요처로 확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OLED 분야에서는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주도해서 SCM을 구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OLED 시장 주도 효과는 후방산업계에 상당한 경제적 효과와 파급력을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예로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애플 DDI 공급으로 벌어들일 매출은 약 48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DDI 단가 5달러 기준으로 애플이 올해 8000만대 정도의 OLED 아이폰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수치다.
또 FPCB 채택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수혜 규모는 총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플렉스와 비에이치는 올해 애플 공급으로 4000억원씩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고부가 제품인 투메탈 COF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 커진다.
애플이 OLED 공급처의 다변화를 추진하겠지만 양산 능력을 갖춘 곳이 거의 전무,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까지 아이폰용 OLED를 사실상 독점 공급할 전망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중심의 SCM이 당분간 힘을 발휘할 것이란 얘기다.
디스플레이 부품 외에도 메모리 반도체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카메라모듈은 LG이노텍 등이 각각 신형 아이폰에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