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당초 연내 55인치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 OLED) TV를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시제품을 내놓은 지 반 년이 되도록 기술적 난제를 해결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사가 세계 AM O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면적 AM OLED 시장이 언제 개화할 수 있을 지 판가름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삼성과 LG는 현재 전사 역량을 총동원해 기술 해법 찾기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면적 AM OLED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최근 삼성디스플레이는 광원의 배치(얼라인)를 균일하게 해줄 증착 문제에, LG디스플레이는 박막트랜지스터(TFT) 구동 속도 문제에 각각 봉착해 있다. 두 회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OLED 패널을 제조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저온폴리실리콘(LTPS) 기판에 적녹청(RGB) 유기물을 증착해 패널을 만드는데 집중해왔다. 현재 유기물 증착 과정에서 균일도를 구현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가지 색을 모두 정확한 위치에 증착해야 하는데, 삼성은 기판 위에 홈이 있는 마스크를 놓고 한 가지씩 유기물을 뿌리는 파인메탈마스크(FMM)을 사용하고 있다. 문제는 FMM이 얇아 크기를 키우면 중간 부분이 오목하게 휘어져 정확한 위치에 증착이 어려워진다는 점이다. 때문에 몇 개 부분으로 나눠 마스크를 하는 스몰마스크스캐닝(SMS) 방식을 도입했지만 이 역시 정확도를 높이기 쉽지 않은 형편이다.
적녹청 세 광원의 파장이 달라 빛의 세기가 서로 다른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삼원색을 섞어 색깔을 표현하는데, 농도 조절이 쉽지 않은 것이다. 파란색의 파장이 짧아 다른 광원을 파란색 수준에 맞출 경우 밝기가 떨어지고, 파란색의 에너지를 끌어올릴 경우 전력 소모가 많아진다.
LG디스플레이는 산화물 TFT 방식을 선택했다. 기존 TFT 공정을 거의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향후 양산시 추가 투자비 부담이 주는 게 이점이다. 하지만 산화물 TFT의 특성상 대면적으로 갈수록 구동 속도를 낼 수 없는 점이 한계다. LG디스플레이 역시 55인치 TV에 적합한 수준의 구동 속도를 구현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화이트 OLED 방식은 상대적으로 증착 공정이 쉽지만 수율 문제가 여전히 걸림돌이다.
두 회사 모두 봉지 공정에서도 발목이 잡혀 있다. 유기물에 다른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차단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지금은 주로 유리를 씌우는 방식이다. 크기가 커질수록 유리도 균일한 수평으로 씌우는 게 쉽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내부에서 발생하는 산소나 수분 등의 물질은 흡수제를 넣어 해결하는 방안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산 공정 기술을 해결하더라도 TV의 성능을 제대로 내기엔 아직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소재가 TV 수명을 따라가 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하는 소재의 수명은 9000~1만 시간 정도다. 하루 5시간 시청을 하게 되면 밝기가 5.5년 정도 밖에 보장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삼성과 LG가 자존심을 걸고 뛰어든 만큼 어떤 식이든 대형 AM OLED TV를 내놓을 수는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기술적 어려움 탓에 단기간에 대량 시판용 제품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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