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슬기 기자]LG디스플레이가 앞으로 3년간 증설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투자액 중 일부를 차입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그동안 LG디스플레이와 밀접한 관계를 이어온 애플과 구글로부터 선수금 명목으로 받은 자금을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는 26일 진행한 2분기 경영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번에 발표한 투자는 규모가 크기 때문에 재원 확보가 중요하다"며 "영업에서 창출하는 재원으로 투자하는 게 기본 원칙이지만, 투자는 적시성이 매우 중요해 일부는 차입을 통해 재원을 조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P(플라스틱)OLED 투자에 대해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고객사와의 전략적 협력 등을 논의해왔다"며 "단순히 재원 확장뿐만 아니라 협력관계를 지속하고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이번 의사 결정의 중요한 축이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파주 P10에서 월 3만장, 현재 투자 중인 구미 E5, 파주 E6 설비에서 월 1만5000장씩 6세대 중소형 POLED 설비에 10조원 가량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상당한 투자액이 들어가는 만큼 LG디스플레이가 밝힌 외부 차입은 사실상 애플과 구글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LG디스플레이가 구글와 애플로부터 각각 3조원, 1조원 규모의 선수금을 받아 설비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써 LG디스플레이는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고객사는 OLED 패널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하게 된다.
LG디스플레이는 내년 상반기에 가동하는 E6에서 아이폰8용 OLED를 공급할 예정이며 아이폰9의 OLED 공급도 유력시되고 있다. 멀티벤더 전략을 꾀하고 있는 애플은 삼성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LG디스플레이도 공급사로 둬 OLED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번 투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올 하반기 출시하는 구글도 '픽셀2 XL'에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을 탑재하기 위해 선수금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수요가 2018년 250만대에서 2020년 600만대로 커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대형 OLED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올해 전체 매출에서 OLED 비중이 10%에 그치지만, 2020년에는 40%까지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10.5세대 OLED 투자가 LCD 양산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과거 8.5세대 OLED의 기술을 끌어올리는데 4~5년 정도 고생한 경험이 있어 10.5세대 OLED 양산 준비를 먼저 하겠다는 의도"라며 "LCD 양산 확대 목적이 전혀 아니고, 초대형 OLED 성공을 위해 기술적 검증 단계의 선행 투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다만 일부 시장 수요가 있으면 일시적으로 LCD 생산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