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 시장 호황에 힘입어 올해 다수의 장비 회사가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릴 전망이다. 상반기 이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곳이 생긴 데 이어 연내 달성이 확실시되는 곳도 대거 등장했다.
16일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상장사의 상반기 실적(연결기준)을 집계한 결과, 에스에프에이가 1조362억원 매출로 반기 만에 '1조 클럽' 가입을 예약했다.
또 세메스와 톱텍이 각각 매출 9723억원, 8971억원을 기록해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을 눈앞에 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AP시스템도 상반기 매출 5106억원을 달성해 올해 1조원 매출 진입 가능성을 높였다.
지난해 국내 장비 업계 중 매출 1조원을 달성한 곳은 에스에프에이와 세메스 뿐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 활황에 힘입어 국내 상위권 장비기업 대부분이 작년 동기 대비 매출이나 영업이익이 세 자릿수 성장해 눈길을 끌었다.
에스에프에이는 연결기준 매출 1조362억원, 영업이익 1225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14%, 403% 성장했다. 반도체 후공정 계열사 에스에프에이반도체를 제외한 매출은 8114억원으로 장비사업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디스플레이 장비뿐만 아니라 반도체 후공정 장비로 영역 확대를 시도해 작지만 가시적 성과를 내기도 했다.
세메스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장비 사업이 고르게 성장했다. 반도체 장비 매출 약 60%, 디스플레이 장비가 약 20~30% 비중을 차지한다. 상반기 누적 매출 9723억원, 영업이익 1159억원을 달성해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14%, 403% 성장했다. 지난 3월 기준 수주잔고는 8427억원이다.
삼성디스플레이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176(OLED)용 라미네이션 장비 핵심 협력사인 톱텍은 A3 증설로 디스플레이 자동화 장비, 라미네이션 장비 공급이 늘면서 상반기 매출 8971억원, 영업이익 1501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작년 2분기보다 각각 645%, 881% 증가한 실적이다.
AP시스템은 상반기 매출 5106억원, 영업이익 42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3월 APS홀딩스에서 인적분할했다.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시블 OLED용 레이저결정화(ELA) 장비와 레이저리프트오프(LLO)를 공급했으며 새롭게 라미네이션 장비 공급도 시작했다. 중국 패널 제조사에 장비 납품이 늘면서 고객사 다변화를 실현했다.
영업이익이 네 자릿수 성장하거나 새롭게 상위권에 진입한 기업도 눈길을 끈다.
원익IPS327는 삼성전자 반도체 투자가 늘면서 반도체용 원자층증착(ALD)과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 공급이 증가해 실적이 급증했다. 상반기 매출 3427억원으로 552.22%, 영업이익은 무려 2016.90% 성장한 791억원을 달성했다.
아이씨디는 삼성디스플레이에 플렉시블 OLED176용 건식식각 장비를 주로 공급하며 상승세를 이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217억원으로 1085% 성장했고 매출은 2015억원으로 166.53% 성장했다.
테라세미콘도 삼성디스플레이와 중국에 폴리이미드큐어링(PIC) 장비를 비롯한 열처리 장비를 공급하며 영업이익이 1034.4% 성장한 397억원, 매출은 443.3% 성장한 2236억원을 기록했다.
필옵틱스는 삼성디스플레이에 DPSS(다이오드펌핑고체레이저)를 사용한 LLO 장비 공급이 늘면서 새롭게 순위권에 진입했다. 매출은 311% 성장한 1922억원,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 4억8000만원 손실에서 19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장비 업계와 증권가는 대부분 장비 기업이 기존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높은 실적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디스플레이 매출 비중이 큰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 A3 투자가 마무리 단계고 신공장 투자가 결정되지 않아 아직 하반기 국내서 대규모 신규 투자 기회를 살피고 있다. 이미 투자를 발표한 LG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관련 협력사들의 성장이 예상된다. 주로 중국 OLED와 초대형 LCD 투자를 중심으로 하반기 신규 수주 기회가 발생할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