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디스플레이 소재·장비 기업의 한국 진출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기업이 역차별 받을 가능성에 우려가 제기됐다.
19일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가 최근 연매출 1000억원 이상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기업인 패널 업체는 일본 기업의 추가 투자 유치를 희망하는 반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산업계는 인력 유출이나 역차별로 사업 위축을 걱정하는 의견이 많았다고 밝혔다.
이미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수십개의 일본 LCD 소재·장비 기업이 한국에 생산 기지를 설립했다. 근래에는 우베코산·이데미츠코산 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기업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는 사이, 일본 패널업체는 계속 움츠러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해외 자본이 국내에 설비 투자를 단행하면 각종 세금 혜택에 현금 지원까지 받을 수 있다는 이점도 작용하고 있다. 임금과 전기료도 일본에 비해 저렴해 전체 비용까지 줄일 수 있다.
일본의 디스플레이 후방 산업 기업이 한국 진출을 가속화하면서 그동안 패널업체는 기술 개발과 생산에 도움을 받아왔다. 정부가 꾸준히 투자 유치에 나섰던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국내 장비·소재부품 기업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문제점은 인력 유출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고 대우가 좋은 외국 회사로 인력 이동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장비의 경우 국산화율이 높은 상황에서 해외 기업이 잇따라 유입되면 과다 경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외국 기업이 상대적으로 혜택을 많이 받아 역차별의 문제점도 제기된다. 외국인 투자 지역에 입주한 기업은 유형별로 최대 7년 또는 5년 동안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는다. 생산시설만 들어설 수 있는 단지형 외국인 투자지역의 경우 임대료가 부지 가격의 1%에 불과하다. 또한 외국인 투자비율이 30%를 넘어가면 현금 지원도 별도로 받는다. 국내 소재 업체 관계자는 “외국 기업으로 인력 이동이 심화될까 가장 염려스럽다”면서 “해외 투자유치가 긍정적인 작용을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차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국내 기업에 대한 호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협회 관계자는 “국산화 시도 자체가 어려운 특정 품목에 대해 해당 일본 기업 또는 연구소를 유치하는 것은 필요하다”며 “국내 기업과 컨소시엄을 통한 기술 도입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