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투자한 디스플레이 후발 기업이 수율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빠르게 생산능력을 확대하기 위해 여러 생산라인에 동시에 투자하는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초기 투자 설비에서 수율을 안정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세계 시장의 약 90%를 독식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을 가져오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BOE, 비전옥스, 티안마, 에버디스플레이 등 중국 주요 패널 제조사가 플렉시블 OLED 수율 안정에 집중하고 있다. 당장 추가 투자보다 초기 투자 설비를 성공적으로 가동하는데 역량을 모으고 있다.
이 같은 기류 변화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이 지난해 역성장했고 올해도 시장이 침체하는 등 대수 기준 성장세가 주춤해졌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플렉시블 OLED를 채택한 스마트폰 수요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애플 아이폰X이 판매 수량보다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는 이익 중심으로 성장 판도를 바꾼 것도 한몫 했다.
시장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 생산능력 증설 가능성이 희박해졌고 투자 속도 조절을 유도하는 중국 중앙정부 지침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BOE는 6세대 플렉시블 OLED를 생산하는 B7 수율을 높이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BOE는 B7 수율이 약 70%라고 밝혔으나 한국 기준의 높은 품질 기준을 적용하면 실제 수율은 20%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BOE는 두 번째 6세대 플렉시블 OLED 라인 B11의 1단계 투자를 시작했지만 추가 투자를 잠정 확정한 B12와 B15 투자 일정은 뒤로 밀리는 분위기다. 당초 업계는 B12 투자를 2020년 시작한다고 예상했으나 2021년으로 지연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B15 투자 역시 2021년에서 2022년 이후로 지연된다고 예측됐다.
플렉시블 OLED에 투자한 비전옥스는 내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생산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에버디스플레이도 내년 1분기 시험생산을 목표로 상하이에 6세대 플렉시블 OLED 설비를 짓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한 달가량 앞당겨 공사를 마무리하고 설비 반입을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티안마도 6세대 라인 1단계 투자를 집행한 데 이어 2단계 투자를 하고 있다. 오는 4분기 생산을 목표로 잡았다. 차이나스타도 내년 2분기를 목표로 T4에 설비를 반입하고 있다.
중국에서 플렉시블 OLED 양산 가능성이 높은 패널사가 일제히 초기 투자를 마치고 양산에 집중함에 따라 올해와 내년 중소형 OLED 투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DSCC는 지난해 세계 OLED 장비투자가 151억달러(약 16조9935억원)로 2016년보다 130% 성장했으나 올해는 108억달러(약 12조1543억원)로 28% 감소하고 내년은 74억달러(약 8조3279억원)로 31% 줄어든다고 내다봤다. 일정 수준 수율을 확보한 뒤 2020년부터 다시 OLED 투자가 증가해 2020년 114억달러, 2021년 144억달러 규모로 성장한다고 예측했다.
장비기업 한 관계자는 “중국이 여러 설비를 동시다발로 투자했으나 성과를 검증하려는 중앙정부 기조 때문에 양산 수율을 우선 확보하려는 분위기로 변했다”며 “첫 투자 설비가 안정되기까지 일정 시간이 필요한 만큼 내년까지 중소형 OLED 투자가 작년만큼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