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사진=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양자점(QD)-유기발광다이오드176(OLED) 파일럿 라인을 만든다. 12월부터 관련 장비를 설치, 6개월 뒤 가동한다. 파일럿 라인에서 기술과 생산성을 확보하면 곧 이어 양산 투자를 단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파일럿 라인에 국산 장비 비중을 높였다. 박막봉지(TFE) 공정에서 입지를 굳힌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를 제치고 AP시스템이 장비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공정에서도 삼성디스플레이 공급을 장악해 온 어플라이드를 따돌리고 원익IPS327가 새롭게 진입할 가능성이 짙다. 차세대 대형 OLED 장비 시장에서 한국 기업 약진이 기대된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오는 12월부터 QD-OLED를 시험 생산할 파일럿 라인장비 반입을 시작한다.
위치는 충남 아산시 탕정에 위치한 8세대 액정표시장치(LCD) 라인 'L8'이다. L8은 L8-1과 L8-2로 나뉜다. QD-OLED 파일럿 라인은 L8-1 일부를 이용해 꾸려진다. L8-1은 주로 48·55인치 아몰퍼스실리콘(a-Si) LCD를 생산하는 곳이다. 생산 능력은 월 15만장 규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L8-1 일부를 이용해 월 2만5000~2만7000장 규모 QD-OLED 파일럿 라인을 조성한다. 정식 생산 라인이 아니어서 기존 LCD 공장 설비를 최대한 활용하고 핵심 전공정 장비만 일부 새로 반입한다. 현재 새 라인 조성을 위한 가스 장치 등을 설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새로운 QD-OLED 파일럿 공장에 들어설 핵심 전공정 장비에서 국내 기업 비중이 커졌다는 점이다.
AP시스템은 8세대 규격 TFE 장비를 새롭게 납품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삼성디스플레이의 8세대 RGB OLED TV 생산 라인 'V1'에 TFE 장비를 공급하다가 삼성이 RGB OLED TV 생산을 중단하고 추가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공급 기회를 찾지 못했다. 이후 6세대 플렉시블 OLED용 레이저리프트오프(LLO), 레이저결정화(ELA), 라미네이션 장비를 공급하며 핵심 협력사로 입지를 굳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 플렉시블 OLED TFE 공정에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스 장비를 사용해 왔다. 새로 도전하는 차세대인 8세대에서는 기존 사업 협력 경험이 있는 AP시스템 장비를 택했다.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는 기존 어플라이드를 제치고 원익IPS가 먼저 진입할 여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원익IPS는 삼성디스플레이에 박막트랜지스터(TFT) 형성 공정에서 사용하는 드라이에처(건식 식각) 장비를 주로 공급해 왔다. 반도체용 플라즈마화학기상증착(PECVD) 장비를 생산하지만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어플라이드에 밀려 공급량이 미미했다.
청색 OLED를 위한 증착 장비는 캐논도키가 8세대 규격 장비를 납품한다. 적색과 녹색 QD를 인쇄하는 잉크젯 프린팅 장비는 미국 카티바가 공급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초까지 장비 반입과 설치를 마치고 내년 중순까지 QD-OLED를 시험 생산할 계획이다. 청색 OLED 재료의 수명 문제, 처음 시도하는 잉크젯 프린팅 기술의 안정성 등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업계 예상보다 내부에서 개발 결과물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QD-OLED 중간 연구 결과가 상당히 좋아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사업화에 대한 자신감이 전보다 커진 분위기”라고 전했다.
시험 생산이 마무리되면 정식으로 양산 투자 규모와 일정을 도출할 가능성이 있다. 업계는 기존 L8 라인을 전환해 초기 양산을 시작하고, 이후 기술과 시장 상황에 따라 신공장 A5에 투자하는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있다.
다른 관계자는 “파일럿 라인은 8세대 규격이지만 미래 시장 대응을 위해 정식 양산은 10.5세대를 채택하는 방안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삼성 옥사이드(산화물) TFT 기술력이 관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