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에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계약이 성사되면 관련 산업계에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구글도 접촉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세트를 만들어 애플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마트폰처럼 실제 구동하는 이 세트에는 7.2인치 크기 폴더블 패널이 적용됐다. 7.2인치는 삼성전자 폴더블폰 '갤럭시 폴드'보다 0.1인치 작은 크기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구동 세트를 구글에도 전달했다. 구글은 스마트 디바이스 운용체계(OS) 안드로이드 개발사다. 구글은 OS뿐만 아니라 '픽셀' 브랜드로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하드웨어(HW)를 내놓고 있다.
삼성이 애플과 구글에 전달한 건 향후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기 위해서다. 잠재 고객사 대상으로 새로운 부품을 선보이고 추후 계약을 따내려는 것이다.
삼성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정을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디스플레이 사업을 본격 확대하고 고객사를 발굴하기 위한 차원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과 구글에 폴더블 구동 세트를 공급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삼성이 폴더블 디스플레이 공급을 타진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화웨이, 오포 같은 중국 스마트폰 업체에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본지 2018년 8월 31일자 2면 참조>
그러나 애플과 구글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애플은 아이폰·애플워치 등을 잇달아 성공시키며 세계 스마트 디바이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 대표 주자다.
만약 두 회사가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 HW 및 소프트웨어(SW) 개발에 나선다면 개화 단계에 막 진입한 세계 폴더블 관련 산업이 폭풍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그룹 차원에서 전략 제품인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애플과 구글 등에 적극 공급하려는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그동안 핵심 제품은 내부에서 우선 사용하고 일정 시간이 흐른 후 해외 업체에 공급하는 전략을 폈다.
대표적인 예가 '와이옥타'다. 터치 일체형 플렉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뜻하는 와이옥타는 2년 동안 삼성전자 외 타사에는 공급하지 않는다는 게 내부 '룰'이었다.
와이옥타는 측면이 휘어진 에지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면서 디스플레이 무게는 가볍게, 단가는 낮춰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을 차별화하는 게 핵심이었다.
그러나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이런 차이를 크게 두지 않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독점 사용으로 폴더블 시장을 확대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보다 다수의 플레이어를 끌어들여서 전체 파이를 키우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애플과 구글이 삼성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최종 채택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에 놓여 있다. 지난 10년 동안 승승장구하던 애플 아이폰도 판매량이 줄고 있다. 새로운 돌파구 마련과 시장 개척은 애플, 구글 모두 공통된 숙제여서 삼성디스플레이와의 협력이 성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 생산 능력은 현재 월 20만대, 연간으로는 240만대 수준이다. 이 회사는 향후 수요 확대를 고려, 연간 1000만대 수준까지 생산 능력을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