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경쟁업체 더 절박해 `반사이익 가능성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와 LCD(액정표시장치) 등 디스플레이 가격이 바닥권에서 헤매면서 관련 업체들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원가 이하로 떨어진 이들 제품의 가격이 조만간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면 모바일 D램, 서버 D램 등 고부가가치의 스페셜티(Speciality) 상품이 많고 제품이 다변화된 국내 업체들은 실적은 악화하더라도 버틸 여력이 있지만 해외경쟁 업체들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가격을 내리면서 출혈 경쟁을 하는 통상적 `치킨게임과 달리 제품값이 회복되지 않아 쓰러지는 업체가 생기는 또 다른 양상의 `치킨게임이 이미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 `껌 값도 안 되는 반도체ㆍLCD =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대표적 D램 제품인 DDR3 1Gb 128Mx8 1066MHz의 이달 초 고정거래가격(D램 제조사가 고객사에 납품하는 가격으로 한 달에 두 번 집계)은 0.98달러이다. 지난달 말의 1.02달러에 비해 3.92% 하락한 것이고 지난해 같은 시기의 2.69달러보다는 63.6%나 폭락한 가격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5월 2.72달러로 정점을 찍고 점점 떨어져 9월 말 2달러, 12월말 1달러 벽이 각각 깨졌고 올해 초 0.88달러까지 내려갔으나 3월 말 반등에 성공해지난달 1.02달러로 올라섰었다. 고정거래가의 선행지수 격인 이 제품의 현물 가격은 22일 현재 0.90달러를 기록중이다. 지난달 말 기준 낸드 플래시 값도 폭락했다.
16Gb 2Gx8 MLC 제품의 5월 말 고정거래가는 3.12달러로, 보름 전의 3.52달러보다 11.4% 급락해 2009년 2월 말(2.89달러) 이후 2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더욱이 공급-수요자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며 6월 초 고정거래가도 아직 정하지 못한 형편으로, D램익스체인지는 "주요 공급자와 수요자가 가격 합의에 이르지 못했으며 이달 말이나 돼야 협상이 끝날 것 같다"고 알렸다.
매달 두 차례 나오는 고정거래가가 이달에는 양측 간 신경전으로 한 번만 발표된다는 뜻으로, 그만큼 공급자의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LCD 값도 좀체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원가 이하로 팔리고 있다.
20개월 내리 하향곡선을 그렸던 40~42인치 TV용 LCD 패널은 5월 전반기 235달러, 후반기 237달러로 올라 업계의 기대에 부응하는가 싶더니 이후 이달 전ㆍ후반기 모두 같은 값을 유지했다.
LED TV용, PC 모니터용, 모바일폰용 등도 제자리걸음 하거나 되레 떨어졌다.
◇ 누가 더 오래 버티나 = TV, PC, 모바일폰 등의 핵심 부품이자 삼성전자, 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의 캐시 카우(Cash Cow)인 이들 제품의 값이 맥을 못 추면서 이들 업체의 2분기 실적이 애초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승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LCD사업부의 2분기 영업익을 1천800억원에서 1천360억원으로 낮춰 잡았고, 같은 증권사 유종우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2분기 영업실적을 1천900억원 흑자에서 709억원 적자로 재조정했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은 5천5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1.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를 반영해 관련 업종의 주가는 최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도 물론 고전하고 있지만 제품 구성이 단조로운 해외 경쟁 업체들의 실적 악화는 더 심각해 결과적으로 국내 업계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이 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장 대만 D램 업체인 프로모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월 6만장 규모의 12인치 라인을 보유한 이 회사에 기술을 주는 엘피다가 자금 투입 계획이 없음을 언급한데다 대만 은행들도 추가 대출에 회의적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이 회사는 1분기 1억5천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1분기 말 현재 현금 자산은 3천400만달러인 반면 총 차입금은 21억달러로 차입금 및 순차입금 비율이 무려 1천329%, 1천308%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송 연구원은 프로모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2%로 글로벌 수급에 주는 영향은 미미하지만 순차입금 비율이 220%, 179%에 이르는 난야, 파워칩 등 다른 대만 업체들의 상황도 업황 부진에 따라 더욱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따라서 반도체와 LCD 값의 약세가 국내 업체들에는 해외 업체와의 경쟁력 격차를 더 벌림으로써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는 분석도 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디지털타임즈
http://www.dt.co.kr/contents.htm?article_no=2011062302019954604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