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에 이어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자 후보로 각광받고 있는 QLED(양자점 발광다이오드)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이 상용화에 성공하면 증강현실·가상현실(AR·VR)용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 니어 아이(near eye) 디스플레이, 임플란터블 광자극 광원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분야에 널리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양자점 표면을 구성하고 있는 분자체를 바꾸는 방식으로 QLED의 밝기, 전류 및 전력효율을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QLED는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반도체 입자인 양자점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다. OLED가 유기물을 사용한다면 QLED는 유기물 양자점을 쓴다. QLED는 가장 넓은 색 영역을 제공하는 등 자연에 가까운 색을 재현하는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발광층 내 전자와 정공 이동 불균형 현상이 가장 큰 기술적 난제였다. 양 전극에 주입된 전자와 정공이 양자점에서 만나 빛을 내는 원리를 이용하는 데, 전자는 위아래로 잘 이동하는 반면 정공은 전극과 양자점 에너지 간 전달이 더뎌 이동이 힘들다. 이 때문에 QLED 성능이 떨어지고, 소자 수명을 단축시킨다.
연구팀은 디스플레이 내 발광층 위에 양자점을 깔고, 정공 쪽에 해당하는 부분을 '피리딘'이라는 물질로 바꿔 전자와 정공 이동 불균형 현상을 해결했다. 피리딘이 정공을 보다 빠르게 이동시켜 양자점과 정공 수송층 사이의 거리를 줄이고, 중간 에너지층을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중간 에너지층은 전자와 정공이 만나 빛을 내는 효율을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추가적인 전압 없이 전자뿐 아니라 정공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해 낮은 전압에서 빛을 낼 수 있도록 했다. 정공의 움직임이 빨라져 이동성이 빠른 전자와 많이 만나게 해 전압을 추가적으로 가하지 않고도 밝은 빛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 기술을 적용한 결과, 기존 소자에 비해 밝기는 최대 4.5배, 전류효율은 1.7배, 전력효율 2.3배 가량 높은 QLED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적색·녹색·청색(R·G·B) 등 모든 색상의 양자점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어 향후 QLED 상용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현구 ETRI 유연소자연구그룹장은 "이번에 개발된 QLED는 색재현율이 159%에 달해 자연색에 보다 가까운 색상구현도 가능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에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다"면서 "앞으로 마이크로 디스플레이에 적용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재료분야의 국제 학술지 '재료화학지(3월호)' 표지 논문으로 실렸다.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