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일본의 핵심 소재 수출규제, 중국의 LCD(액정표시장치) 저가공세, 미·중 무역전쟁 등에 따른 시장 침체 등 '삼중고' 위기에도 '통 큰 투자'로 승부수를 걸었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차세대 시장 '대세'로 만들겠다는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의 승부수다.
LG디스플레이는 23일 대형 OLED 패널 새 생산 거점인 파주 P10 공장의 10.5세대 OLED 패널 생산 라인에 3조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회사의 파주 P10 공장 투자 규모는 7조8400억원으로 늘었다.
이번 추가 투자는 전기자동차용 배터리와 등과 함께 OLED를 미래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는 LG그룹의 지원과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까지 OLED 시장 확대에 승부를 건 한 부회장의 의지가 함께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부회장은 지난 4월 '전사 목표 달성 결의대회'에서 "2019년은 새 도약을 위한 골든타임의 마지막 해"라며 직원들의 분발을 독려한 바 있다.
사실 LG디스플레이의 현 상황은 만만치 않다. 매출 주력인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경우 중국 업체들의 패널 공급 확대로 판매가격이 급락했고, 이 때문에 LGD은 올해 들어 두 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3분기 전망 역시 만만찮은 상황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대형 LCD 시장에서 BOE를 비롯한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점유율은 출하량 기준으로 2016년 20%대에서 지난해 30% 이상으로 상승했고, 오는 2020년에는 거의 40%에 육박할 전망이다. 반대로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35.6%에서 25.3%까지 하락했고, 내년에는 23% 수준까지 내려갈 전망이다.
매출 기준으로는 그나마 프리미엄 비중이 높은 LG디스플레이가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지만, 2위인 중국 BOE와의 점유율 격차는 2016년 17%포인트에서 지난해 3.5%포인트까지 좁혀졌다. 내년에는 2%포인트대로 더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중국 업체의 경우 10.5세대 LCD 라인의 생산비중을 크게 늘리고 있어 가격 경쟁력이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일본 정부가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중 일부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에칭가스(고순도 불화수소) 등의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경영 압박은 더 심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디스플레이가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려면 TV 시장의 중심축을 하루 빨리 LCD에서 OLED로 옮기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갖춰 LCD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을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형 OLED의 경우 지금까지 LG디스플레이가 사실상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다행이 OLED TV에 대한 시장 전망은 밝다. 2015년 배 이상 차이가 났던 OLED와 LCD TV 간 가격 차이가 1.3배 이하로 좁혀지면서 대중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기세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대형 OLED 패널 판매량은 지난해 290만대에서 올해 380만대, 2021년 770만대, 2022년 1000만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전체 TV 시장에서 OLED TV 점유율 역시 작년 5.7%에서 2023년 10.4%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OLED TV에 대한 시장 반응이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 현재 가장 유력한 차세대 디스플레이 대세"라며 "TV를 시작으로 자동차용과 스마트폰용 OLED 패널 시장에서 얼마나 빨리 시장을 개척할 지가 실적개선의 핵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