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대형 디스플레이 기술인 '퀀텀닷-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투자를 앞두고 해외 기업이 독점한 핵심 전공정 공급망을 이원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일본 비중이 절대적인 증착기와 미국이 독점한 무기물 형성 박막봉지 공정에 모두 국내 장비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투자를 공식 결정하고 파일럿 라인을 조성한 뒤 양산 투자로 이어질 때 실제 공급망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업계 기대가 모아진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QD-OLED 파일럿 라인 투자를 준비하면서 해외 장비사가 독점한 일부 장비 공급망에 국내 기업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일본에 100% 의존하는 증착기는 국내 장비기업 야스와 물밑 협업이 오가고 있다. 최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제품을 제 때 수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야스와 협력 가능성이 부상했다. 기술 준비 과정에서 혹시 모를 일본발 리스크에 대비하려면 핵심 공정에서 공급망을 이원화하는 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야스는 LG디스플레이에 8세대 OLED 증착기를 납품하는 핵심 협력사이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도 협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됐다. 주 고객사인 LG디스플레이가 경쟁사라도 전향적으로 협업을 장려하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 OLED 양산에 일본 캐논도키 증착기를 사용한다. 증착기 핵심인 소스 기술은 삼성이 자체 보유했지만 소스를 제외한 증착기는 캐논도키에서 들여왔다.
캐논도키는 세계 중소형 OLED 증착기 시장에서 입지가 독보적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6세대에 이어 8세대에서도 캐논도키와 협력하고 있다. QD-OLED에 적합한 증착기를 확보하기 위해 캐논도키에 개발을 의뢰했고 일본 현지에서 기술개발과 시제품 장비 제작이 이뤄지고 있다고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부터 핵심 협력사를 대상으로 고객사 확대를 주문했다. 중국은 물론 주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고객사로 확보해 매출을 다변화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생존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 자사와 공동 개발했거나 민감한 세부 기술이 아니라면 굳이 제동을 걸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디스플레이 업황이 어려워져 장비 회사가 고객사를 다변화해야만 생존할 수 있게 됐다”며 “LGD 협력사가 경쟁사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우리도 기술력 있는 경쟁사 장비를 사용할 수 있어야 패널사와 장비기업 모두 윈윈하는 길”이라고 설명했다.
경쟁사의 핵심 협력사와 협업하는 것은 업계에서 암묵적으로 형성된 '협력사 교차 구매 금지'라는 높은 울타리를 깨는 것이어서 업계 관심이 크다. 최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이 관행을 깨는 사례가 소수 생겨나고 있지만 아직 쉬쉬하는 경향이 크다.
유기물 봉지공정에서 무기막을 형성하는데 쓰이는 화학기상증착(CVD) 장비는 원익IPS가 진입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 공정은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가 독점한 분야다.
원익IPS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다양한 기능의 CVD 장비를 공급하는 회사다. 유독 디스플레이 봉지공정에서 어플라이드 장벽을 넘지 못했다.
봉지는 유기물을 수분·공기와 닿지 못하게 얇은 막을 여러번 형성해 씌우는 공정이다. 플렉시블 OLED는 기판이 딱딱한 유리가 아닌 유연한 필름 소재를 사용하므로 봉지공정이 더 까다로워진다. 자칫 봉지막이 손상되면 패널 전체 성능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상당한 수준의 기술이 요구된다.
어플라이드가 이 분야에서 강력한 기술 입지를 확보한 만큼 새로운 공급사가 진입하는게 쉽지 않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발주사인 삼성디스플레이도 어플라이드 눈치를 볼 수밖에 없을 정도로 공급망 다변화가 민감한 공정”이라며 “원익IPS가 아직 요구 성능을 완전히 충족하진 못했지만 양산 투자 시 진입을 목표로 기술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
<출처: 전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