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강세를 보이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소재 시장에서 국산 제품이 대약진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연말부터 양산하는 차세대 OLED 패널에 국산 소재가 대거 채택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 소재 비중은 10%대에서 5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이 소재는 내년 삼성전자와 애플이 출시하는 갤럭시와 아이폰 신제품에 적용될 예정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차세대 OLED 유기재료 세트인 이른바 'M10' 구성이 윤곽을 드러낸 가운데 국산 제품이 다수 채택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말부터 M10을 활용한 OLED 패널을 양산할 예정이다.
우선 M10 레드도판트는 'UDC', 레드호스트는 '다우케미칼', 레드프라임은 '덕산네오룩스'가 각각 공급을 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도판트는 'UDC', 그린호스트와 그린프라임은 각각 '삼성SDI'와 '덕산네오룩스'가 유력하다. 블루도판트와 블루호스트는 'SFC', 블루프라임은 '삼성요코하마R&D센터(SYRI)'가 각각 낙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OLED는 자체적으로 적·녹·청 빛을 내는 자발광 소재를 통해 영상을 표현한다. 자발광 소재들이 OLED 패널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는 핵심이다. 도판트와 호스트는 발광층에서 실제 빛을 내는 소재들이고 프라임은 도판트·호스트의 발광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M10에는 전작(M9)에 비해 국내 기업 소재가 대거 약진했다. M9에선 그린호스트를 신일본제철화학이 공급했지만 M10에선 삼성SDI가 진입했다. 그린프라임도 덕산네오룩스가 새롭게 맡았다. 덕산네오룩스는 레드프라임과 그린프라임 공급사에 이름을 함께 올려 눈길을 끌었다.
SYRI도 관심이다. SYRI는 일본 도쿄에 위치해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부품·소재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산하 연구소다. SYRI는 생산 설비가 없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등으로 블루프라임을 생산·공급할 것이 예상된다. 일본 호도가야화학과 삼성디스플레이 합작사인 SFC가 SYRI 블루프라임 생산업체로 보인다.
M10 주요 소재 9개 가운데 4개가 국내 기업 제품으로 구성됐다. 전작에서 국내 소재는 1개밖에 채택되지 않았다. 비중으로 따지면 11%에서 절반에 가까운 44%로 크게 증가했다. 국내 OLED 소재 기술력이 그만큼 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M10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는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자, 나아가 애플 차세대 제품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1~2년마다 M8, M9와 같은 재료 세트를 만들어 신형 OLED 패널을 만들어서 이를 삼성전자 전략 스마트폰에 공급해 왔다. M8 재료로 만든 OLED는 갤럭시S8과 갤럭시노트8, 갤럭시S9 등에 탑재됐다. M9은 갤럭시S10, 노트10에 쓰였다.
M10은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S11에 적용될 계획이다. S11용 OLED 패널은 올해 말 양산이 예정돼 이보다 앞서 소재들이 선정됐다.
특히 M10은 삼성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2020년 아이폰에도 들어갈 가능성이 있어 주목된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과 다른 소재 구성을 고집했다. 'LT(Long Time)1' 'LT2'로 불리는 애플만의 소재 세트를 사용했다. 애플은 이들 소재를 바탕으로 삼성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공급 받았다. 경쟁사인 삼성 스마트폰과 차별화를 위해서다.
그러나 애플은 올 가을 출시 예정인 아이폰부터 삼성전자와 동일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갤럭시S10, 갤럭시노트10에 적용된 M9가 아이폰11(가칭) OLED에도 들어가는 것이다.
애플이 전략을 변경한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 판매가 부진, 삼성디스플레이에 별도의 OLED 소재 및 패널 개발을 요청할 수 없었거나 OLED 소재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향돼 별도 구성이 필요하지 않은 점 등이 배경으로 추측된다.
한편 삼성디스플레이, 덕산네오룩스 등 관련 업체들은 “신소재 개발이나 공급과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