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국제디스플레이계측위원회(ICDM)가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논쟁 중인 '8K 기술'에 대해 "개입하지 않는다"며 한 발 물러났다. ICDM은 디스플레이 업계의 최고 전문기구로 꼽히는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SID)'의 한 분과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여 디스플레이 성능 측정 규격을 정한 뒤 이를 업계에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30일 업계 등에 따르면 ICDM은 최근 언론 질의에 대한 답변 성명(statement)을 내고 "우리는 기업들이 IDMS 자료를 활용해 어떤 데이터를 내놓든 관련 이슈에 대해 개입·중재(mediate)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IDMS의 1.1.3 조항에 따르면 우리는 (디스플레이 화질) 측정과 관련해 '의무 값(compliance values)'을 정하고 있지 않다"며 "그건 (국제표준기구(ISO) 등) 다른 표준기구들의 업무"라고 강조했다. 이는 ICDM이 측정 방식의 규격과 기준을 제시할 뿐, 측정한 결과치를 놓고 TV 등 제품 화질의 적합성 여부를 결정하거나 등급을 매기지는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최근 LG전자가 삼성 QLED 8K TV를 겨냥해 "화질선명도(CM)가 ICDM이 정한 디스플레이표준평가기준(IDMS)인 50%에 미달한다"고 밝히면서, SID와 ICDM의 반응에 관심이 쏠렸다. 결국 ICDM은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셈이다. 

ICDM의 상위 기구인 SID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8K 논쟁'에 대해 '불개입' 원칙을 견지했다. 헬게 시첸 회장은 이와 관련한 언론 질의에 "SID는 새로운 제품의 성능을 측정하기 위한 공인된 '글로벌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기술의 한계를 넘으려는 삼성과 LG의 노력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최근 논쟁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 

이어 시첸 회장은 "200여명의 전문가가 모여 올해 예정된 개정 절차에 따라 관련 조항을 업데이트하는 중이고, 그때까지는 현행 규격이 계속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신경전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ICDM이 '화질선명도 50%'에 대해 기준치가 아니라고 밝힌 점은 삼성 측에 유리하게 해석될 수 있고, 최근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8K 로고 프로그램을 결정하면서 '화질선명도 50%' 기준을 제시한 것은 LG 측에 호재여서 '아전인수'식의 신경전이 더 격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그러나 디스플레이 전문가들은 두 업체의 8K 화질 논쟁에 대해 선의의 경쟁이라기보다는 소모전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디스플레이 학회 관계자는 "QD-LCD(퀀텀닷 필름을 적용한 액정표시장치) TV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판단은 소비자와 시장에 맡기면 된다"며 "두 회사가 모두 '소비자의 알 권리'를 주장하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출처: 디지털타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