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무게중심이 차세대 패널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탈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에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LCD 제조 장비 매각이 본격화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산사업장 8세대 LCD 생산 라인에서 운용한 주요 장비를 중국 선전 소재 LCD 모듈업체 '허펑타이(Efonlong)'에 매각했다. 삼성물산은 장비 해체 및 라인 외부 반출, 보관 역할을 수행한다.
허펑타이는 구체적으로 8세대 생산 라인 내 8-1, 8-2 라인 가운데 8-1을 매입했다. 자국 지방 정부의 지원 혜택을 받기 위해 운용이 어려운 일부 노후 장비까지 한꺼번에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에서 반출된 8-1 생산 라인 장비는 현재 국내에 보관되고 있다. 이르면 다음 달 중국으로 출발해 8월 전후 이전 설치가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8세대 생산 라인 매각은 퀀텀닷(QD)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2025년까지 13조1000억원을 투자, 8세대 라인을 65인치 이상 초대형 QD 디스플레이 생산 거점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앞으로 QD 디스플레이 생산 라인인 'Q1' 구축이 본격화될 때까지 LCD 라인인 8-2를 유지하면서 적합한 매각 대상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커브드 모니터 등 LCD 패널 수요가 있는 사업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도 LCD 생산 라인 장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중국의 한 업체는 최근 파주 P8(8세대) 라인에서 사용하고 있는 LCD 생산장비 매각 관련 의견을 교환했다.
LG디스플레이는 그동안 사업 효율화를 위해 P8 세대 LCD 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0에서 올해 말까지 국내 LCD TV 패널 생산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 파주 라인을 고부가 정보통신(IT) 기기 중심 LCD로 재편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한 것을 감안하면 LG디스플레이는 앞으로 저세대 중심 장비 매각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를 기점으로 저효율 LCD 생산 라인을 차례로 정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급 과잉에 따른 LCD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되는 데다 중국 업체의 공세가 지속되면서 사업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양사가 각각 QD 디스플레이와 OLED 디스플레이를 핵심 품목으로 삼은 만큼 고부가 가치 중심의 차세대 디스플레이 사업 육성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CD 장비 매각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회피했다.